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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07일(水)
“욜로 하다 골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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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욜로(YOLO) 열풍이 뜨겁습니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한 번뿐인 인생을 즐겁게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시작된 케이블채널 올리브 ‘어느 날 갑자기 백만 원’이 있습니다. 출연진에게 각각 100만 원을 주고 어떻게 쓰는지 지켜보는 형식의 관찰 예능이죠. 이 돈을 쥐고 캠핑카 여행을 떠나기도, 건강을 위해 운동기구를 사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출연진은 그 돈을 더 효율적으로, 의미 있게 쓰기 위해 머리를 싸매죠.

10여 년 전 기억을 되짚어 보면 비슷한 질감을 가진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MBC ‘행복 주식회사-만 원의 행복’이었죠. 1만 원으로 일주일을 살아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출연진은 손수 도시락을 준비하고 고작 500원을 쓸 때도 손을 벌벌 떨며 알뜰한 삶의 지혜를 전파했죠.

10년 사이 물가가 꽤 많이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1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할 때 1만 원의 가치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죠. 그런데 왜 프로그램의 성격은 이토록 달라졌을까요? 결국 삶의 가치가 달라진 것입니다. 1997년 IMF 시대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사이에 방송된 ‘만 원의 행복’은 절약을 강조하던 사회상을 반영했죠. 반면 즐기는 삶을 응원하는 요즘 분위기 속에서는 자손과 노후를 위한 대비 못지않게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겁니다.

하지만 TV 속과 밖의 괴리는 여전한데요. 허기를 달래는 것이 아니라 맛을 탐미하자는 취지를 담은 ‘먹방’을 시작으로 여행, 레저, 휴식 등 욜로에 발맞춘 예능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반면, 뉴스에서는 물가가 크게 치솟아 장보기 겁난다는 기사가 쉴 새 없이 쏟아집니다.

10대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절친한 선배는 “욜로는 무슨 욜로,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라고 고개부터 젓습니다. 그런데 이 선배는 각종 먹방과 ‘윤식당’ ‘배틀트립’ 등 욜로를 다룬 프로그램의 팬이죠. 그래서 대뜸 물었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은 왜 그리 챙겨보는데?” 선배의 답변은 간단했죠. “내가 못하니까 보기라도 한다. 대리만족 몰라?”

따지고 보면, 욜로를 외치는 시대지만 욜로를 누리는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날아오는 고지서가 무서운 시청자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백만 원’은 욜로가 아니라 ‘탕진’으로 읽힐 수도 있죠.

얼마 전 MBC ‘무한도전’이 욜로 특집을 선보였습니다. 각 멤버는 “원하는 일을 하라”는 제작진의 주문대로 한도를 모르는 카드를 마음껏 긁었고, 결국 한도를 넘긴 유재석이 카드값을 ‘독박’ 썼죠. 이때 유재석은 말했습니다. “욜로 잘못하다 저처럼 골로 가요.”

realyong@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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