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과반 자신하던 메이, 예상밖 패배로 ‘헝 의회’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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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출구조사서 과반 실패

테러·복지 삭감이 악재로 작용
당내에서도 메이 퇴진론 제기
리더십 타격… 총리직도 위기

8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제1당 지위는 유지하지만 과반의석은 차지하지 못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총선 결과가 출구 조사대로 나온다면 보수당 의석 수는 종전보다 17석이나 줄어 테리사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테러, 보수당의 노령층 복지삭감 정책 등이 메이 총리에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인 326석보다 12석이 부족한 314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경우 과반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다수당의 법안 단독 처리가 불가능한 ‘헝 의회(Hung Parliament)’ 상태가 된다. 헝 의회란 제1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듯 정치적으로 불안한 처지에 놓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대로 헝 의회가 되면 보수당은 다른 당과 연정을 포함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국정을 운영하기 어렵게 된다. 2010년 영국 총선에서도 이 같은 헝 의회 구도가 형성돼 당시 보수당이 자유민주당(자민당)과 연정을 꾀한 바 있다. 그러나 자민당은 올해 메이 총리가 추진 중인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바 있기 때문에 이들 간 연정도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 총리는 이번 총선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4월 강력한 브렉시트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메이 총리 스스로 조기 총선을 요청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 격차가 약 20%포인트 수준이었기 때문에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추진 동력을 조기 총선에서 확보할 수 있다고 계산했었다. 그러나 잇따른 영국 테러 이후 보수당의 경찰 예산 삭감 때문에 테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보수당이 노년층 대상 복지 지원 축소 정책을 발표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번 총선 결과로 메이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메이 총리에게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코빈 당수는 “(메이 총리가) 물러나고 이 나라를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 안에서도 메이 총리 퇴진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은 266석을 확보해 이전보다 34석의 의석을 더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34석, 자민당은 14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