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前 노조위원장, 사장에게서 4500만원 시계 받은 혐의 무죄

‘노사합의 대가’ 배임수재 혐의…법원 “부정청탁 증명 안 돼”…검찰 항소

KT&G 노사 협상에서 사측 의견을 반영해주는 대신 당시 사장에게서 고급 시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전 노조위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던 전·현직 KT&G 경영진에게도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박근혜 정부 당시 이명박 전 정권 인사들을 몰아내려는 정치적 배경에 따른 것 아니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이재석)는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KT&G 노조위원장 전모(59)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2010년 7월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전 씨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 반발을 무마하고 합의를 성사시킨 등의 대가로 민영진(59) 사장에게서 시가 약 4500만 원의 스위스제 시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 씨가 시계를 받은 시점은 이미 노사합의가 끝나 의견 대립이 없었던 점, 당초 사측 계획보다 영업지점 감축 범위가 줄어드는 등 노사합의가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당시 KT&G 상황에 비춰볼 때 민 전 사장이 처벌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전 씨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그 대가로 시계를 건넸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 전 사장은 자신의 비서실장이 있는 자리에서 시계를 전 씨에게 건넸고, 거래처 회장으로부터 받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우연히 준 것으로 보인다”며 “청탁 대가라면 선물을 미리 준비해서 비밀리에 주는 게 사리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KT&G 노조위원장과 더불어 전·현직 사장이 금품 수수 등 혐의로 거의 동시에 재판에 넘겨지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KT&G 스캔들’이 법원의 잇단 무죄 선고로 급반전하면서 당시 검찰 수사에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는 광고대행사로부터 수주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백복인(51) KT&G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권모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달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창보)는 부하 직원과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민영진 전 사장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돈을 건넸다고 자백한 부하 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의 진술이 허위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리안 기자 k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