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용재 오닐의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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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음악가로 자란 나는 공감(共感)을 꿈꾼다. 음악이 내게 준 선물을 모두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꿈 말이다.’ 세계적 비올리스트로 발돋움한 한국계 미국인 리처드 용재 오닐(39)이 2008년에 펴낸 에세이집 ‘공감’의 한 대목이다. 그는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관(觀)에 대해 이런 말도 했다. “음악은 완전하고, 강력하며, 숭고한 존재다. 완벽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알아나가야 한다. 나는 명성을 얻거나 잘 늙어가는 것엔 관심이 없다. 어딘가에 다다라 고착되고 싶지 않다. 끝없이 성장하고, 지속해서 나를 도전으로 내몰고 싶다.”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에 앓은 열병으로 지적 장애를 갖게 된 6·25전쟁 고아였다.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돼 자란 뒤 미혼모가 되고도 항상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용재 오닐은 “아일랜드계 할아버지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 수백 장의 앨범을 가지고 자주 틀었는데, 나는 특히 바흐 음악을 좋아했다”고 회고한다. 그런 어린 시절이 그가 미국 클래식계 최고 권위의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수상하고,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비올리스트로는 처음으로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받기에 이른 배경인 셈이다. 한국을 그가 처음 방문한 것은 2001년이었다. 줄리아드 음악원의 강효 교수가 이끄는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 단원으로 한국 공연에 참가했다. 그 무대의 협연자였던 ‘바이올린 여제(女帝)’ 정경화(69)를 처음 대면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당시 20대 초반의 젊은 연주자에겐 하늘 같은 존재였던 정경화가 “우리, 언제, 같이 연주해야지” 하고 건넨 덕담에 그는 “지금 당장 해요” 하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 덕담을 16년 만에 현실화하는 공연 ‘디토 파라디소’가 오는 7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용재 오닐이 ‘보다 즐거운 클래식, 클래식과의 공감’을 캐치프레이즈로 2007년 결성해 이끌어온 실내 악단 ‘앙상블 디토’ 10주년 공연 ‘카니발’(6월 14일부터 7월 2일까지)의 일환이다. 세계 음악계에 ‘우정의 상징’으로 알려진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를 두 사람이 디토의 전·현 멤버들인 피아니스트 임동혁, 첼리스트 문태국,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등과 합주한다. 세대를 초월한 음악·꿈·우정의 ‘공감’이 관객에게 큰 감동으로 번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