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최저임금과 無人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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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최근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는 편의점에 무인 계산 로봇 ‘레지 로보’가 등장했다. 산 물건들을 로봇 위에 올려놓으면 계산과 동시에 비닐봉지에 담겨 나온다. 일본의 5대 편의점 업체는 정부와 함께 2025년까지 전국 5만 개 점포에 이런 무인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력난에다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이 1만 원대를 넘어서자 살아남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미국의 경우,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GO)’에서는 아예 계산대가 없다. 매장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고객이 손에 든 물건을 파악해 자동으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이런 매장을 2000개 이상으로 늘려 갈 예정이라고 한다. 인건비를 대폭 절감해 수익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최근 생체인식 결제기술을 기반으로 한 첫 무인 편의점 1호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개설했다. 360도 모든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스캐너를 통해 소비자가 상품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가격이 자동으로 인식된다. 신용카드나 현금도 필요 없다. 정맥인식기에 손바닥을 갖다 대면 본인 인증과 함께 결제가 완료된다. 앞서 이마트 편의점 위드미는 지난 3월 편의점업계 처음으로 ‘셀프계산대’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상품을 고른 뒤 셀프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스캔한 다음 카드를 삽입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CU도 야간에는 무인점포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편의점들이 무인점포 시스템에 집중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새 정권 출범 이후 시급 1만 원 시대에 대비한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5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최모 씨(51)의 하루 평균 매출은 70만 원, 월 2100만 원 수준이다. 임차료와 인건비, 관리비를 빼면, 150만 원 정도 손에 쥔다. 최 씨는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아르바이트보다 내 수익이 적어진다”며 “차라리 다른 편의점에 가서 아르바이트하는 게 나아 조만간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 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공연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없애고 자영업자도 파산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만큼 시장을 이기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