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설명회 취소… 의료산업 제동 걸리나

복지부 등 대선공약 의식한 듯
원격의료·바이오 사업 불투명

보건의료산업 등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보건복지부가 대표적 산업화 정책 중 하나인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 추진을 중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오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공동주최로 열릴 예정이었던 ‘영리병원 설립을 위한 외국의료기관유치 투자설명회’는 취소됐다. 이를 시작으로 정부의 보건의료산업에 관한 정책 전반이 본격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병원의 영리법인 설립 금지’가 포함돼 있다.

관련 법안과 정책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설명회 주관 부처인 산업부에 행사 불참 입장을 전했다. 산업부는 여러 상황을 감안해 행사 자체를 열지 않기로 했다. 복지부는 행사 불참에서 나아가 해당 정책 자체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새 정부에서 의료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정책을) 그대로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영리 행위를 할 수 없지만, 지난 2002년 제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는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되고 있다. 영리병원은 외국인 투자가 일정 비율을 넘으면, 다른 국내 병원과 달리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투자설명회는 국내외 병원 투자자·제약사·의료기기 사업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행사 자체가 취소되면서 해당 정책은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 허용된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비영리병원 전환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지난 정부 역점사업이던 ‘원격의료’ 사업은 사실상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관 해외진출·바이오 제약기업 육성 등의 산업화 정책들도 재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