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책과의 눈맞춤, 도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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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일요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사진)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갑니다. 도서전과 어울리지 않는 사랑 고백, 열띤 자랑, 수줍은 정담에 무용담까지. 출판사 181곳, 속초에서 3대를 이어온 동아서점 등 서점 23곳, 국립중앙도서관 등 15개 단체의 부스가 죽 늘어선 곳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첫날인 14일, 출판사 은행나무 부스에서 진행된 소설가 정유정의 사인회장 밖에서 사랑 고백들을 들었습니다. 정유정 작품을 모두 읽었다고 너무 좋아한다는 고백들, 또 어떤 이는 ‘종의 기원’을 읽고 완전히 얼어붙었다고도 했습니다. 작가가 사인을 할 때 그를 바라보는 눈빛, 작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눌 때나 함께 사진을 찍을 때의 표정은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습니다. 이 행사장뿐이겠습니까. 각 부스 앞에서 사람들이 책을 살펴보며 나누는 대화 중 많은 부분은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고백이었습니다. 서로서로 열띤 자랑이기도 했습니다.

정담은 또 얼마나 다정한지. 어느 출판사 부스에서 아이 손을 잡고 온 한 여성은 자신이 젊었을 때부터 좋아했던 출판사라고, 이 출판사 책을 한자리에서 봐서 너무 좋다고 수줍게 이야기했습니다. 직원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그 여성이 좋아한다는 책에 대해, 또 자신이 최근에 만든 책에 대해 한참 동안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정담이 너무 따뜻해 한동안 옆에 서서 들었습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직원들에게 책을 팔려 하지 말고 찾아온 독자와 눈을 맞춰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도서관이나 서점, 때론 클릭만으로 책을 볼 수 있는 요즘 도서전에 오는 이유라면 독자가 책 만드는 사람을 직접 만나고, 책 만드는 사람은 독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그러니 우리는 반드시 눈을 맞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용담은 도서전을 준비한 쪽에서 나옵니다. 사실 서울국제도서전은 언제부터인가 주요 출판사들은 참가하지 않고, 독자도 그리 찾지 않는 행사였습니다. 올해 출판계는 ‘변신’을 내걸고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대표적 대형 출판사가 참가하지 않자 직접 찾아가 설득해 참여하게 했다는 이야기, 좀 색다른 행사를 준비하려다 제대로 풀리지 않아 눈물 흘린 사연,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올해 번 돈을 다 들여 부스를 만들었다는 등등의 이야기들입니다. 이 무용담들이 엮여 올해 도서전은 개막 첫날부터 주최 측도 놀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갈수록 책을 안 본다는 푸념이 넘치는 시대에 책을 살피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번 주말 도서전에 가보시길 바랍니다. 그곳에 피어오르는 많은 이야기들, 놓치면 손해입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