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국내 일감 외국기업 넘겨주는 꼴…‘質的 규제’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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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운송 국내물류사 배제 땐
불필요한‘국부유출’불가피
전산 외주 ‘기업 보안’ 문제

단순지분율 기준 量的 규제
‘산업현장 특수성’ 고려안돼

김상조 호(號)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계열사 간 내부거래) 관련 규제 강화를 대기업 개혁을 위한 첫 타깃으로 삼은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단순히 총수 일가 지분율을 기준으로 한 양적 규제보다 산업별 특수성 등을 감안한 질적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공정위의 자의적 해석을 막고 관련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일 오후 회의를 열고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화 방안, 전속고발권 폐지 등 공정위 당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 현재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을 각각 10%씩 낮춰 상장사 20%, 비상장사 10% 이상일 경우 대상으로 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3월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 점검을 진행해 현재 자료 분석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안건이 통과될 경우 2015년 당시 강화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 적용으로 총수 일가 지분율을 낮췄던 기업들은 다시 2년 만에 지분율을 추가로 낮춰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대해 경제계와 관련 학계는 기업 간 내부거래 전부를 총수 일가의 부당 이득을 위한 것으로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며 일괄적 기준에 따른 규제가 아닌 산업별, 기업별 특성을 고려한 정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단골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운송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5위 완성차업체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물류는 2016∼2017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와 유코카캐리어스가 각각 50%, 50%로 양분해 맡고 있다. 유코카캐리어스는 국내 설립된 회사지만 지분 80%가 노르웨이 빌헬름센, 스웨덴 발레니우스가 보유한 유럽 해운사다. 현대·기아차는 한때 유코카캐리어스에 100% 의존했던 자동차 물류 비중을 현대글로비스 설립 후 90% 대 10%. 70% 대 30% 등으로 해마다 조금씩 낮추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량적 내부거래 규제가 강화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국내 선사가 아닌 유코카캐리어스에 계속 물량을 몰아줄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운송비 증가 및 불필요한 국부 유출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담당하던 4800억 원 규모의 그룹 물류를 외부 개방했지만 핵심인 자동차 물류의 경우 대규모로 자동차 운반선을 보유한 국내 선사는 현대글로비스가 유일해 물량을 돌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업 간 내부거래의 또 다른 단골 대상인 그룹 전산 업무 관련 계열사 역시 대기업들이 기업 내부 업무상 기밀이 새어나갈 우려 때문에 쉽게 외부업체로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가 아닌 경영 효율성이나 기밀 유지, 산업적 특성상 불가피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내부거래는 별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일감 몰아주기를 일괄 규제하면 합병 등을 통해 기업 규모만 커지고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강화에 우선해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일감 몰아주기 제재 관련 규정을 보면 내부거래의 부당성을 가르는 기준인 ‘정상적인 거래’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공정위가 내부거래의 부당성을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앞서 무엇보다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합리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석·최재규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