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자사고 취소, 정부 동의조항 삭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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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92가지 정책·과제 제안

서열화된 고교체계 개편 위해
‘교육감 자율 전환’ 法개정 요구
장관의 초·중등 교육 권한도
시·도교육청에 넘겨달라 요청

서울시교육청이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법 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조희연(사진) 서울시교육감은 20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의 고교 평준화를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일반고와 특성화고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외고·자사고와 자율형 공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또 초·중등교육에 관한 교육부 장관 권한을 일선 시·도 교육청에 넘겨줄 것도 요청했다. 구체적인 교육개혁 관련 액션 플랜을 제시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을 놓고 “수월성 교육 포기로 하향 평준화가 우려된다”는 비판론도 비등한 상황이어서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과 관련한 49가지 정책 제안과 43가지 분야별 개선 과제 등 모두 92가지 제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현행 고교 체제가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수직 서열화돼 있다”며 “고교 체제 개편 노력과 함께 교육의 공공성과 기회균등을 확보할 수 있는 고교·대학 체제 구축을 위한 관련법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재학교·과학고·예술계고·체육고는 특목고로 존치하되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제한하고, 마이스터고(산업 수요 맞춤형고)는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이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 3항을 개정해 자사고 지정 및 취소 시 교육부 장관 사전 동의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및 취소를 하는 경우 미리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행 조항을 바꿔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지정·취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자사고 지정 및 취소 때는 장관과 ‘협의’만 거치게 돼 있었으나, 2014년 12월 ‘동의’로 개정돼 교육부 규제가 강화됐다.

시교육청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꿔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9등급 분류를 5등급으로 단순화할 것도 제안했다. 대학 체제도 통합국립대학, 공영형 사립대학, 독립형 사립대학 간 3자 네트워크 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 장관 업무 가운데 유·초·중등학교 교육에 관한 부분은 원칙적으로 교육감이 관장하도록 하되,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도 포함했다. 교육부 장관에게 포괄적 권한이 부여된 학업성취도 평가 관련 조문도 정비해 정책 수행 과정에서 교육감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구상도 제시했다. 조 교육감은 국공립 유치원과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등의 확대와 특별교부금 교부 비율 축소 및 교부 방식 개선 등도 주장했다.

민족사관학교(강원)와 상산고(전북) 등 자사고를 중심으로 한 반대론자들은 △다양화·특성화 교육 실종 △지방교육 황폐화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 난항 등 8대 부작용을 지적해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