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北‘납치·고문’ 유엔 인권위에 제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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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선 북한연구소 소장

북한에 납치됐다가 최근 혼수상태로 석방돼 귀국했으나 19일 끝내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문제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미국 측 대북 특사의 교섭으로 석방된 웜비어는 지지난해 말 평양 양각도 국제호텔 벽에 붙어 있던 정치 선전물에 손을 댔다가 체포됐다.

북한의 납치 대상은 주로 미국·일본·한국인이다. 지난 10년간 적어도 16명의 미국인을 억류했고, 개인 여행자나 단체 관광객 일원도 자신들의 잣대로 억류해 왔다. 최근 억류된 면면을 보면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김상덕·김동철 씨가 있다. 김학송 씨는 지난 4월 평양과학기술대에서 업무차 체류 중 체포됐고, 김상덕 씨도 2015년 12월 27일 북한 입국 직전 체포됐다. 김동철 씨는 2015년 10월 2일 체포된 이래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외부인(영사)을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일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평범한 일을 문제 삼아 대상국 국민을 체포하고 중형을 선고한다. 귀국 엿새 만에 숨진 웜비어는 지난해 3월 미국과 북한의 접견 창구인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 관계자와 면담시킨 뒤 영사 접견을 차단하고 있다가 구타 등으로 혼수상태에 이르자 미국 측에 통보, 특사가 방북해 데려 왔지만 억류 기간 중 모진 학대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가장 폐쇄적인 북한이 범법 행위를 계속 저지르는 이면에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 측과 직접 대화할 구실을 찾으려는 저급한 의도가 있다.

이 같은 북한의 비상식적인 적대 행위에 대해 미 국무부는 북한 여행경보를 통해 억류 위험이 크고, 핵·미사일 개발을 간접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절대 북한을 여행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을 여행경보국가에서 여행금지국가로 상향 조정 중이다.

USB 드라이브나 CD롬, DVD, 휴대전화, 태블릿, 노트북 컴퓨터, 인터넷 검색 기록 모두가 북한 당국의 검열 대상물이다. 이들 물건을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범죄 행위로 간주돼 노동수용소에 장기간 구금되고 무거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북한에서 신과 같은 존재인 김 씨 3대를 모독하거나 그들의 이름, 사진 등을 잘못 다루는 행위, 종교 관련 상징물을 남겨 두는 활동은 철저한 금기 사항이다. 아울러 북한 내 허가받지 않은 여행, 현지 주민들과의 접촉, 환전, 사진 촬영, 음란물 반입, 외국인 전용 외 가게에서의 물건 구입, 정치 구호물이나 지도자 사진의 제거나 훼손은 모두 범법 행위로 취급된다.

휴대전화의 경우 반입을 허용한다 해도 북한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철저히 통제해 북한 당국이 모든 통화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당의 유일사상 10대 원칙은 김 씨 일가를 신성시하는 초법적인 것으로, 헌법이나 기독교의 성경, 이슬람의 코란보다 더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주민들의 모든 생활을 통제하는 강력한 규율이다. 종교인의 경우는 더욱 가혹하다. 북한은 체제 위협 요소가 종교라고 보고 북한 왕래 종교인을 다수 체포해 억류하고 있다. 이들 종교인은 북한에 대한 각종 지원을 통해 비정치적 활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를 들어 억류하고 있다.

한국인 김동식·안승운·김정욱 목사 등이 그들이다. 한국 종교인의 경우는 체포 즉시 연락이 두절돼 그들의 선전 목적에 이용되는 방송 매체에 출연하는 것 외에는 소식을 알 수 없다. 대북 선교나 관광, 인도적 차원의 방북이라도 관계 당국의 철저한 사전 교육 등 대비가 필요하다. ‘쇠귀에 경 읽기’지만, 정부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억류자 석방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