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타르와 단교, 정확한 동기 밝혀라”

국무부, 걸프 국가들에 요구
사태 장기화에 ‘달라진 태도’
경제·국방 악영향 고려한 듯

미 국무부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걸프국가들에 “단교의 정확한 동기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가 테러단체를 지원했다는 데 동의하며 사우디 등 걸프국가들을 옹호해왔지만, 카타르 사태가 장기화되자 단교 조치에 반대해 왔던 국무부가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걸프국가들이 카타르에 대한 불만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 것은 혼란을 준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이 취한 조치들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걸프협력회의(GCC) 6개 국가를 지칭하며 “단교 조치가 카타르가 테러를 지원한다는 우려 때문인지, 아니면 GCC 국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부글부글 끓어온 불만 때문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카타르를 ‘테러에 대한 강력한 지원자’라고 비판하면서 걸프 국가들의 단교 조치를 옹호한 바 있다.

그러나 카타르 단교사태가 장기화되고, 미국 경제 및 국방에 미치는 영향도 날로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선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애초에 단교 조치 중재 및 해결을 주장했던 미 국무부가 이날 직설적으로 걸프국가들의 의도를 물은 것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이들의 갈등에 얼마나 예민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노어트 대변인 역시 “틸러슨은 모든 국가가 긴장을 낮추고 건설적 대화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주미 카타르 대사는 이날 노어트 대변인의 발언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이 위기를 풀어낼 미국의 능력을 믿는다”고 말하며 반색했다. 카타르 외교장관도 다음 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