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수준 임금·비정규직 ‘O’…한국은 ‘공공부문 天國’

“정부 성과연봉제 철폐 결정은
최소한의 효율성 장치 없앤 셈
그리스 파탄 반면교사 삼아야”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공공부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가볍게 다뤄지면서 자칫 한국사회가 ‘공공부문 천국’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기업 등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면서 성과평가를 배제한다면 소위 ‘신의 직장’과 ‘철밥통’으로서의 공공부문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무절제한 공공부문 비대화가 재정파탄을 몰고왔던 그리스 등 해외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통계청의 ‘임금근로일자리별 소득(보수) 분포 분석’을 보면 2015년 기준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의 평균 월 소득은 578만 원으로 전체 업종 중 1위였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이 546만 원으로 2위였고, 정부기관이 포함된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이 427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보험 등 일부 금융권을 제외한다면 모두 공공 부문의 근로자들이 전체 산업계에서 최상위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전 정부에서 도입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철폐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애초 노사 간 합의 또는 회사 이사회 결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던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노조가 일제히 성과연봉제 합의 철회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영향을 받아 서울시교육청 등도 교원들에 대해 성과급제 폐지에 돌입하는 등 공공 부문 전반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과평가를 전면 거부하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공공 영역은 독점적 기반 위에 있다”며 “경쟁이 없는 곳에는 자유선택도 없기에 공공영역 확대와 성과주의 시스템 거부는 국민 자유와 선택권의 박탈”이라고 비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만 경영을 하면 민간기업은 망하면 그만이지만 공공기관은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효율성 장치도 사라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만용·황혜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