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天國’ 대한민국>재정 퍼부으면… 그리스 꼴 난다

공무원 늘리다 나랏빚 눈덩이
뒤늦게 긴축 나서며 진통 거듭

비대한 공공부문 등으로 국가경쟁력을 상실해 2010년 구제금융을 신청한 그리스가 7년이 넘도록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는 공공부문 개혁 등 자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 등 국제 채권단의 도움으로 채무불이행을 겨우 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리스를 파산시켰던 △국가부채 과다 △복지 포퓰리즘 성행 △공공부문의 무분별한 확대 등 3대 악재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이전 그리스의 공무원 규모는 3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사회당이 주변 세력을 공무원으로 만들기 위해 원칙 없는 채용을 하면서 공무원 문제가 촉발됐고 이후 정권교체할 때마다 공무원 숫자가 늘었다. 더욱이 법적 절차에 따라 공무원을 선발한 게 아니라 혈연, 인맥, 뇌물 등에 의해 마구잡이 채용을 했다.

그리스경제산업연구소(IOBE)에 따르면 공무원 규모는 2010년 95만 명까지 늘었다. 그리스 인구가 1000만 명이라고 할 때 인구 10명 중 1명이 공직에 있었던 셈이다. 공무원 확대는 복지 포퓰리즘 차원에서 이뤄졌고 결국 국가부채 과다로 연결된 셈이다. EU 등은 그리스에 과도한 공공부문 개혁을 구제금융 지급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후 그리스는 공무원 줄이기에 나서 현재 67만 명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선 여전히 인구수 대비 과잉이다.

공무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저항도 심했다. 그리스 민간 노조인 그리스노동자총연합(GSEE)과 그리스 공공부문 노조는 지난 5월 정부의 추가 긴축에 반대해 시위를 벌였다.

23일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선 전국에서 모인 5000여 명의 임시직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민간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도에서 벗어나 선심 쓰듯이 공공부문을 늘렸다가 빚쟁이들에게 독촉당해 공무원수 삭감에 나섰지만 복지 포퓰리즘의 달콤함에 젖어 있는 국민의 강한 저항에 직면해 있는 게 바로 그리스의 현주소인 셈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