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선 메이 “英거주 EU국민에 같은 권리 부여”

브렉시트협상 우호분위기 조성
메르켈 “문제 많지만 좋은 시작”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전에 영국에 들어온 EU 회원국 국민은 브렉시트 후에도 영국 국민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U 국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회원국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정치적 곤경에 처한 메이 총리가 우호적 브렉시트 협상 분위기를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영국에는 약 300만 명의 EU 회원국 국민이 거주하고 있다.

22일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 “영국에 합법적으로 머무는 EU 회원국 국민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시점에 영국을 떠나도록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약속한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영국은 EU 회원국 국민 누구도 떠나길 강요받거나 가족과 흩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의 이번 발표는 영국 거주 EU 회원국 국민에게 영국 국민과 동등하게 건강보험, 연금 등의 혜택을 누릴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특정일을 기준으로 정해 5년 이상 영국에 거주한 사람들에게 ‘정착 지위(settled status)’를 부여할 방침이다. 또 거주 기간이 5년 미만이라도 이미 영국에 입국한 사람들은 정착 지위 확보에 필요한 5년이 채워질 때까지 체류가 허용된다. 기준일은 브렉시트 협상 시한이 가동된 2017년 3월 29일부터 EU 탈퇴 시점인 2019년 3월 30일 사이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EU 회원국들은 그동안 영국에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회원국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협상의 좋은 시작점”이라고 메이 총리의 제안을 반겼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