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4.27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28일(水)
육필의 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최근 시인 기형도(1960∼1989)의 애틋한 연시(戀詩)가 공개돼 화제가 됐습니다. 기형도의 연세대 동문이자 소설가 성석제의 동생 성우제 씨의 블로그를 통해 미공개 시가 처음 알려진 것인데요. 문학을 꿈꾸던 20대 청년 시절의 기형도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술값을 대신 내준 한 여성에게 써준 시를 통해 시인의 풋풋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가슴을 설레게 했던 건 기형도의 육필(肉筆)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즉석에서 종이에 펜으로 끄적인 것이었지만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글씨체가 마치 시인을 바로 곁에서 접하듯 친근하고 푸근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육필을 찾아보기란 참 어렵게 됐습니다. 이제 손으로 뭔가를 쓴다는 것은 번거로움을 지나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필사본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몇몇 출판사에서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필사본을 펴냈고요. 지난 18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필사본 이벤트가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작가 중에도 손으로 쓰는 분이 여전히 많습니다. 조정래 작가는 지난해 발표한 ‘풀꽃도 꽃이다’의 원고 약 2100장을 모두 손으로 썼고요. ‘태백산맥’은 1만6500장, ‘아리랑’은 2만 장이 넘는 걸 육필로 완성했습니다. ‘아리랑’을 쓸 때는 손가락에 마비가 왔을 정도라고 하네요.

‘수인(囚人)’을 펴낸 황석영 작가 역시 고단한 원고작업 때문에 오른손에 마비가 왔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어깨 통증과 염증이 심해서 주사기로 물을 빼내야 했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지난달 다섯 번째 유작 ‘누가 천재를 죽였는가’로 다시 만나게 된 최인호 작가는 생전에 ‘악필’로 유명했죠. 그가 신문 소설을 연재하던 때에는 그 신문사에 최인호의 글씨만을 해독하는 기자가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풀꽃’ 나태주 시인은 천진난만한 시심만큼이나 단정하고 아름다운 글씨체의 소유자입니다.

사실 육필은 중노동입니다. 편리함에서 컴퓨터 활자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사본이 늘어나고 작가들이 손글씨를 놓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육필에는 자신만의 혼이 담겨 있고, 정돈된 활자가 가질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기형도의 육필 시가 큰 감동을 주듯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인 육필에는 컴퓨터 키보드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온기(溫氣), 진심이 스며 있습니다. 문학을 문학답게 그리고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육필의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clark@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文-金 첫 만남후… 北측 ‘人의 장막’ 풀고 ‘투명경호’로 전..
▶ NYT “평양이 미끼 던졌고, 서울은 물었다”
▶ ‘장애인구역 불법주차’ 했다가 동거녀 들통난 검사
▶ “정상회담 그 다음 날,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말아라..
▶ “김정은, ‘비상사태 준하는 통제’ 지시…자본주의 경계”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남북 합동경호 구역에선…北 삼엄한 경호서 ‘이례적’ 변화 南北 MDL 경계없이 곳곳배치 돌발상황 벌어질까 촉각 세워 정전협정상 중화..
ㄴ ‘눈에 띄는’ 김정은 철통 경호…12명 차량 에워싸
ㄴ 판문각서 회담장까지… 김여정 ‘그림자 보좌’
남북정상, 정감 어린 ‘도보다리’ 산책…이어진 단독..
文대통령 “김여정 남쪽서 스타”…장내 큰웃음
남북, 정상 합의문 문구 조정 중…결론 나면 공동발..
line
special news “정상회담 그 다음 날,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
폴 울포위츠前 美국방부 부장관평화협정 의제화 매우 위험 北 변화없인 합의하면 안돼 주한미군 불용론..

line
남북 정상 부인 역대 처음 만난다…리설주 만찬 참..
文대통령, 金위원장 깜짝 제안에 北으로 10초간 월..
文 “판문점은 이제 평화 상징” 金 “원점 돌아가지 말..
photo_news
웜비어 부모, 남북회담 맞춰 美법원에 北고소
photo_news
빌 코스비 연쇄 성폭행 유죄평결…여생은 감옥..
line
[Fifty+]
illust
“편안하게 몰입… 民畵 그리며 세상 근심 지우죠”
[인터넷 유머]
mark학사 석사 박사보다 더 높은 학위 mark초보 공무원
topnew_title
number ‘장애인구역 불법주차’ 했다가 동거녀 들통난..
정선 갱도붕괴 작업 광부 완전대피前 발파 ..
권위에 맞선 파업·동맹휴업… 지금 파리는 ‘..
文대통령 글귀 조작 사진 SNS 유포…“남북..
신입생들에게 7시간 낮술 강요… 대학교수 ..
hot_photo
북한軍 수뇌부, 文대통령에 거수..
hot_photo
문 닫힌 北 장재도 포진지…한반..
hot_photo
박봄, 8년 묵은 암페타민 시비 재..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