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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30일(金)
2017 소성리, 2006 대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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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달마산 아랫마을 소야(韶野)와 박 씨 성을 가진 아홉 가구가 집성촌을 이뤄 살았던 구성(九成)이 합쳐진 경북 성주군의 산골 마을 소성(韶成)리가 66일째 소란하다. 지난 4월 26일 주한 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달마산 롯데골프장에 배치하자, 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한 채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5월 21일 북한이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유류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겨 사드 레이더 작동이 중단된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 단체들이 주민들의 불법 검문을 비판하며 일어섰다. 보수 단체들은 지난 18일, 22일, 27일, 29일 주민들이 검문하는 마을회관에서 100m가량 떨어진 보건소 부근에서 사드 배치 찬성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7월 13일까지 소성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보수 단체들이 그러는 사이 사드를 반대하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지난 24일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들어 미국을 쓸어 버릴 것”이라며 대규모 집회를 한 뒤 광화문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인간 띠로 포위하는 퍼포먼스 시위를 벌였다. 진보 단체들이 소성리 주민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소성리를 찾아가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여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금 상태라면 소성리가 보수 단체와 진보 단체들이 충돌하는 이념 투쟁의 싸움터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매년 가을 풍성하게 수확한다는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된 대추(大秋)리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주한 미군 기지 확장 예정지에 농지가 편입된 경기 평택시 대추리 주민들은 진보 성향 단체들과 함께 935일간 투쟁을 벌였다. 2006년 5월 4일, 군과 경찰 1만5000여 명이 강제철거(행정대집행)에 투입돼 500여 명을 연행했고, 16명이 구속됐다. 이 사건은 2002년 효순미선사건과 2008년 광우병 파동을 이어주며 반미 사건의 상징이 됐다. 소성리가 대추리처럼 반미 세력의 투쟁 장소로 이용될까 걱정된다.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로 인한 생존권 위협과 사드 배치가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가 태어난 원불교 성지 부근에 전쟁 무기를 들여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위험에 대한 논란이 불식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성주 들판에서 자란 참외는 처음으로 유럽과 러시아 수출길에 올랐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27일 소성리를 찾아 주민을 만났듯이 정부 관계자가 솔직한 자세로 좀 더 일찍 찾았더라면, 군사 작전하듯 사드를 배치하지 않았더라면, 새 정부가 사드와 관련해 논란 발언을 줄였더라면 소성리를 바라보며 11년 전의 대추리를 떠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성리는 대추리처럼 보수와 진보가, 친미와 반미가 부딪치는‘배틀 필드(battle field)’가 돼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반미는 평화고, 사드는 전쟁이다’라는 프로파간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드는 평화의 반대가 아니라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평화의 무기다. 미군이 주둔한 이래 ‘반미 팔이’로 살아온 세력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여기서 시작돼야 한다.

ybk@
e-mail 유병권 기자 / 전국부 / 부장 유병권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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