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사드 철회” 정치구호 난무… 외면받는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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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원 쟁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철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이 오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회적 총파업 주간의 마지막 행사로 개최하는 민중대회의 주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주제는 이번 총파업이 왜 ‘사회적’이지 못하고 ‘정부 발목잡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지를 스스로 드러낸다. 지난달 30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던 사회적 총파업 대회는 교통혼잡, 소음유발 등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기는 했지만 노동운동 사상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거 참가해 다양한 요구를 외쳤다는 의미가 있다. 생업을 뒤로한 채 상경한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절박했고, 이들이 고백한 사연은 참담했다. 그런데도 시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특히 주최 측이 짜놓은 틀에 맞춰 벌어진 또 하나의 장면이 힌트를 제공한다. 대회장에선 노동현장의 목소리와 동떨어진 외침이 끊이질 않았다.

민주노총 산하 단위 노조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사드 철회’ ‘강정마을 과잉진압 진상규명’ ‘이석기 전 의원 석방’ 등 정치적 요구를 쏟아냈다. 이번 총파업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로, 바로 ‘정치파업’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장면들이다. 이번 총파업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참여가 적었다는 점에서 한계도 드러냈다. 노동계 스스로도 단일 목소리 결집에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근로 조건 개선은 노사정 협의 없인 불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공감대도 필요하다. 노동계가 지금처럼 근로 조건 개선 요구를 정치적 요구와 묶어서 주장한다면 노동 친화적인 문재인 정부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치구호로 뒤덮인 총파업이 반복되는 한 국민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진영 사회부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