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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2일(水)
문학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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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신작으로 모처럼 출판가에 활기가 돕니다. 문학동네가 발간 전에 벌써 3쇄, 30만 부를 찍었다고 하니 독자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는데요. 작품 외에도 하루키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술과 음악. 특히 술에 관한 한 하루키는 마니아적인 면모를 보여왔습니다. “맥주를 마시기 위해 마라톤을 뛴다”고 할 정도였고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기행을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는 에세이로 풀어냈습니다. 역시 작가와 술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루키와 술 때문에 문득 김종해 시인이 떠올랐습니다. 김 시인은 고 김종철 문학수첩 창립자와 함께 ‘대표적 형제문인’이고요, 형제가 나란히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그가 머리에 스친 이유는 문학계의 소문난 주당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김 시인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돼지갈비 맛집에 갔습니다. 평일 이른 오후 시간인데도 이미 테이블이 꽉 차서 밖에 기다리는 줄이 있더군요.

술을 많이 마신다고 주당이 되는 건 아니겠지요. 문학 하면 술, 술 하면 작가가 연상되는 까닭은 술에 대한 작가들의 남다른 고집과 버릇 때문일 겁니다.

김 시인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일주일에 3∼4차례 술자리를 갖는다고 합니다. 대신 음주 시간을 짧게 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소주 1병을 넘기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합니다. 물론 돼지갈비처럼 술과 궁합이 잘 맞는 안주의 선택도 중요합니다. 당시 김 시인은 돼지갈비 예찬론을 펼치며 쌈 싸 먹는 법까지 소상히 알려줬습니다.

젊은 작가 중엔 최근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펴낸 박준 시인이 손에 꼽히네요. 경북 칠곡으로 박 시인과 함께 문학캠프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다른 선배까지 셋이서 한 방에 ‘동침’을 하게 됐습니다. 아무리 남자끼리지만 좀 신경이 쓰이더군요. 오후 10시쯤 들어간 방에서 딱히 할 것도 없었습니다. 맥주를 꺼내 놓고 한담(閑談)을 나눴습니다. 3∼4시간 후 모두 드러눕는 지경이 됐지만 ‘서열상’ 막내였던 박 시인은 이부자리까지 펴주며 상대를 배려했습니다.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아도 그 자리를 즐기는 정호승 시인의 ‘술 한 잔’이 마침 생각납니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고되고 험난한 인생, 그러나 찬란히 펼쳐질 여러분의 미래를 위하여, 건배!

clark@munhwa.com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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