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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 새로나온 詩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2일(水)
왕의 역할을 잘하는 배우 -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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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역할을 잘하는 배우가

부도내고 노숙자로 떠돌 때

헌 신문지 한 장 가진 사람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얘기는

그의 연기보다 더 시큰하다



채권자에게 쫓기며 빌딩숲 사이

맨 바닥에 누워 잘 때

곁에서 자던 노숙자가

덮고 있던 신문지를 반으로 찢어 주어

그것으로 밤새 추위를 덮고

절망을 덮고

아침에 온기로 눈을 뜨자 그대로 일어서서

무대로 돌아갔다는 얘기는

기교 넘친 드라마보다 더 시큰하다



헌 신문지 반 장이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운

그날 아침 얘기는

시시한 시보다 콧마루가 더 시큰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약력 :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진명여고 재학 중 시집 ‘꽃숨’ 발간. 1969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다산의 처녀’ ‘응’ 등. 9개 국어 번역 시집과 다수의 시극·에세이집.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마케도니아 세계시인 포럼 ‘올해의 시인상’ 등. 고려대 문창과 교수 역임,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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