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어디로>위에선 누르고 아래선 치받고… 사법개혁 방향 못잡고 난항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촉발된 사법개혁 논의에 최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제안한 ‘사법평의회’까지 더해지면서 대법원을 둘러싸고 일선 판사들의 요구와 정치권의 입김이 동시에 요동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선 법관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에 힘을 실어 대법원장의 권한을 견제하려는 법관회의 상설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회 개헌특위는 사법행정에 대통령과 국회를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법관회의 상설화 소위원회’는 법관회의에 대법원장에 버금가는 ‘의결권’을 주는 방안부터 현재의 수준과 비슷한 ‘자문권’을 주는 안까지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판사회의를 주도한 판사들은 “대법원장의 독점적 권한이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낳은 만큼 이를 견제할 권한이 필요하다”는 견해인 반면에 보수적인 입장의 판사들은 “법관회의가 상설화될 경우 또 다른 권력집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관회의 상설화와 관련해 법원 내부에서도 백가쟁명식 논의가 벌어지는 가운데 국회까지 사법평의회를 들고 나와 논의에 가세하고 있어 법원 내에서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려다 그 권한이 정치권으로 가게 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헌특위가 구상 중인 사법평의회는 법원 인사 및 예산 등 사법행정 전반에 대통령과 국회, 법원이 공동으로 참여하게 되는 기구다. 개헌특위는 사법평의회가 사법행정에 한해 논의되는 만큼 정치권의 재판 개입 여지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일선 판사들은 인사를 통한 재판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근본적으로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