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주한美軍 평택 시대와 동맹의 進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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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 국방대 교수

주한 미8군 사령부가 서울 용산시대 64년을 끝내고 11일 경기도 평택기지로 이전했다. 주한미군(美軍)의 ‘평택시대’가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주한 미8군은 주한 미군의 중심 지상군으로, 6·25 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국 방어의 중추적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1950년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부터 한국을 사수하기 위해 낙동강 전선을 돌파하고, 서울 수복과 평양 탈환의 선봉에 섰으며, 통일의 영광을 눈앞에 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인해전술을 앞세운 중공군의 개입으로 미8군은 미 육군 역사상 가장 긴 후퇴를 기록하기도 했다.

1·4 후퇴 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휴전선을 회복했으며, 휴전 이후 지금까지 용산에서 한·미(韓美) 상호방위조약에 없는 미군의 자동 개입을 보장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인계철선 역할을 하며 ‘붙박이 군(軍)’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과 지미 카터 미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 철수론으로 규모가 줄기도 했지만, 오늘날까지 북한의 남침 위협을 억제하고, 한국을 잘 방어해 온 공로는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미국의 한국방위공약 신뢰도의 시금석이 돼 온 미8군은 21세기 세계화·지방화의 추세에 맞춰 평택으로 이전을 시도했다. 때마침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협력적 자주국방과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으로의 전환에 부응하고,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추진한, 세계 도처에 전진 배치된 붙박이 군대의 전략적 유동군으로의 군사 변환에 발맞춰 한·미 양국은 서울의 심장부에 배치된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지난 10여 년의 공사를 거쳐 미8군이 평택으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미8군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가 확실하게 보장될 때까지, 미8군의 임무는 6·25 전쟁 이래 계속돼 온 한국 방위의 임무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침략을 강한 힘으로 억제하고 새로운 형태의 갈등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억제가 실패할 경우에는 한국 방어의 최일선에서 북한을 패퇴시킬 때까지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맹세하고 있다. 동맹국 국민으로서 든든함을 느낀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함에 따라, 평택기지를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선진 생활 및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동맹국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평택으로 이전한 미8군은 새 기지에서 새 역사를 이뤄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에 날로 심해지는 패권 경쟁, 날로 악성 진화(進化)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과 러시아가 비핵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편을 들기보다는 북한의 편을 드는 안보 환경의 변화를 잘 꿰뚫어 보고, 한국과 미국의 저명한 전략연구소들과 협력함으로써 평택을 한·미 동맹의 미래 공통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모색의 허브(hub)로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군이 그동안 수행해 온 굿네이버(Good Neighbor) 사업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서 평택 주민들과 미군이 조화롭게 상생하고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는 데 발맞춰 미8군이 한국 안보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뿐만 아니라, 통일 대한민국을 힘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평택에서 새로운 역할과 사명을 발견하고 이를 묵묵히 수행해 감으로써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얻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