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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3일(木)
철학도 마크롱 ‘포용의 정치’ 빚다…‘대화의 철학자’ 恩師 폴 리쾨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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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3∼2005>
獨관념론·실존주의·현상학 등
거의 모든 사상 섭렵한 리쾨르
다양한 해석-갈등 중재에 능해

마크롱 “이와 동시에” 자주 써
양립하기 힘든 가치 충돌할때
양쪽 통합·해결하는 행보 선택


‘스승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유럽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왼쪽) 프랑스 대통령에는 맞는 말일 듯 하다. 아미앙 출신의 마크롱은 파리 10대학 낭테르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 1998년 프랑스 고유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 중 한 곳인 파리정치학교에 입학한다. 이때 그는 폴 리쾨르(오른쪽)를 만나 그의 문하에서 박사 예비과정을 밟았다. 리쾨르는 지난 2000년 ‘역사, 기억, 망각’이라는 책을 냈는데 서문에서 ‘나는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는 글에 대한 적절한 비판을 제공했고 이 책의 편집을 도왔다’라고 밝혔다. 이후 마크롱은 인생의 방향을 선회, 또 다른 그랑제콜 중 한 곳이자 고위 공무원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로 적을 옮겼고 공무원 생활을 잠시 한 뒤 금융가, 정치가를 거쳐 올해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때 철학도였던 마크롱은 리쾨르 사상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을까.

리쾨르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철학계의 주류가 아니었다. 기독교인이었던 그는 평생 신앙과 철학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힘을 쏟았는데 반종교적이고 좌파 색채가 강한 프랑스 철학계에선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했다. 지난 1968년 프랑스의 사회변혁운동인 68혁명 당시 그가 학장으로 있던 낭테르대는 학생 운동의 진원지로 떠올랐다. 리쾨르는 학생들에게 평화적인 해결을 종용했다가 학생들로부터 쓰레기통을 뒤집어 쓰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프랑스를 떠나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1985년 프랑스로 돌아온다. 프랑스에서도 그의 사상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리쾨르의 철학은 특정 유파에 한정시키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쾨르는 서양 고대 철학, 독일 관념론, 실존주의, 현상학, 해석학, 구조주의, 정신분석학, 분석철학, 기독교 신학, 유대교 철학 등 현대의 거의 모든 사상을 섭렵하면서 다양한 해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의 갈등을 중재할 줄 아는 철학자였다. 그래서 흔히 ‘대화의 철학자’로 불린다.

리쾨르 추모 웹사이트 ‘폰즈 리쾨르’의 전 운영자 올리비에르 아벨은 “마크롱은 연설할 때 ‘이와 동시에(et en meme temps(and at the same time))’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며 “이러한 수사적 도식은 리쾨르식(式) ‘책임의 윤리’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령 ‘노동시장을 자유화해야 한다’와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양립하기 힘든 가치가 충돌할 때 일방적으로 한 쪽을 취하기보다는 이를 통합시켜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리쾨르는 양립하기 힘든 일을 풀어나가는 정치적 수완에 대해 ‘실용적 지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마크롱은 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크롱은 프랑수아 올랑드 중도좌파 정부에서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에 발탁될 정도로 사회주의적 성향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클릭 경제정책을 추진하다가 사회당과 사사건건 대립했다. 리쾨르는 기독교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했지만 한국전쟁을 둘러싼 장 폴 사르트르와 모리스 메를로퐁티·알베르 카뮈 논쟁에선 공산주의에 반대한 후자 편을 들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에서 사임한 뒤 11월 대선에 출마하면서 “같은 인물, 같은 아이디어로는 현 시대에 대처할 수 없으며 기존 좌우 진영을 넘어 제3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마크롱의 정치 행보에서도 리쾨르의 영향이 어른거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mail 유회경 기자 / 국제부 / 차장 유회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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