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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9일(水)
‘한반도 新냉전’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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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현재 외형상 동북아 국제정치의 핵심 의제는 북핵·미사일 문제다. 그리고 적어도 표면적으론 북한을 제외한 한반도 주변국 모두 북핵·미사일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 방안에 대해선 상당히 입장이 다르다. 미국과 일본은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구하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난감한 표정을 보이며 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갈등이 단순히 북핵 해결 방법론의 차이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지정학적 구조 변화에 기인한 것이란 점에 있다. 이에 한반도 주변 정세가 미·중 간의 신(新)냉전 구도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대만에 13억 달러 무기 판매를 승인하고, 지난 2일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했다. 중국은 같은 날 일본 영해 침범으로 대응했다. 중국 정보수집함이 동해에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와 아오모리(靑森)현 사이의 쓰가루(津輕) 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진출한 것이다. 그리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3∼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후방 다지기’를 본격화했다. 또, 중국은 12일 중국과 러시아 간 제2 송유관 공사의 최대 난관으로 꼽힌 넌장(嫩江)강 지역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미·중 충돌로 해상 원유 수송로가 차단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중·러 간 제1 송유관은 2011년에 개통됐다.

이런 상황으로 북·중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북·중 관계를 ‘혈맹(血盟)’이라 했다고 전해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일단 시 주석은 ‘선혈로 응고된(鮮血凝成的)’이라고 했는데, 청와대 관계자가 이를 혈맹이라 잘못 전달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선혈로 응고된 관계’란 실질 내용에서 혈맹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적어도 형식상으론 ‘어떤 국가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실상 군사동맹조약인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이란 명칭에 군사(軍事)나 동맹은 물론 방위나 안보와 같은 단어가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과거 중국이 비동맹 외교를 강조하던 시절의 유산(遺産)인 한편, 조공(朝貢) 체계와 화이(華夷)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전통적 중화 세계질서 관념과 형식적 동등성을 내포하고 있는 동맹이란 단어가 조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입술과 치아 관계로 비유하곤 한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북·중 관계가 매끄러웠던 것만은 아니다. 6·25전쟁 직후 150만 명이 되던 북한 주둔 중국군은 1957년 12월 김일성의 요청에 따라 1959년 전원 철수했다. 당시 북한의 연안파 숙청 등으로 북·중 관계가 흔들렸으며, 중국 입장에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기에 굳이 북한에 직접 주둔해 있을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 후 중·소 분쟁과 중국의 문화혁명으로 북·중 관계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1953년 7월 6·25전쟁 휴전 이후 올 3월까지, 공식 기록된 북·중 간의 외교장관급 이상의 고위회담은 모두 161회다. 고위급 회담이 가장 자주 열린 시기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김정일 시절이다. 후진타오 시절은 연평균 5.9회, 김정일 시절은 연평균 4.29회 열렸다. 이는 북핵으로 관계가 소원해진 김정은 시절(1.8) 및 시진핑 시절(1.25)과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이는 소련의 붕괴로 김정일이 중국 이외엔 의지할 곳이 없었으며, 또 중국도 북한을 중국식 개혁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김정은 시절과 시진핑 시절이 최악인 것은 아니다. 김일성 시절(1.93)이나 마오쩌둥(毛澤東) 시절(0.96)보다 나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등장 이후, 북·중 정상회담은 없었다. 중국도 북핵을 그냥 용인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냉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신냉전으로의 재편이 본격화되면, 중국을 통해 북핵을 해결하려는 한국 외교 노선은 좌초하게 된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신냉전 구도는 무리가 있는 분석’이라고 했다. 보고 싶은 현실만 보거나 희망 사항을 현실로 착각해선 안 된다. 파도 위의 거품보다는 미·중 간의 구조적 대립과 이에 따른 신냉전 질서의 형성이란 태풍의 눈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갑자기 밀어닥친 쓰나미에 모두 쓸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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