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수출원가 부풀리기’ 의혹… 檢, KAI 비자금 조성 내사 착수

KAI “국가거래인데…비상식적”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항공기 수출 거래에서도 원가 부풀리기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확인에 나섰다. KAI가 협력업체와의 국내 거래뿐 아니라 국가 간 거래인 항공기 수출 사업에서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면, KAI가 지금까지 진행한 방위사업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하성용(66) KAI 사장 재임 시절인 2014∼2015년 사이 KAI가 동남아 국가와 초·고등 훈련기 수출 거래 시 수출물량의 원가를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AI는 2014년 3월 필리핀 정부와 현지 수출용으로 만든 경공격기 12대를 4억2000만 달러(약 4838억 원)에 수출했고, 태국과는 2015년 4대의 T-50TH(자체 개발한 T-50의 개량형) 훈련기를 1억1000만 달러(약 1267억 원)에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태국과는 KAI가 직접 계약 주체로서 수출 계약을 맺었고, 필리핀과는 코트라를 주체로 두되 실질적인 계약은 KAI가 주도했다. 경영 전문인인 한 로펌 변호사는 “방산 거래는 국가 간 거래이긴 하지만, 정권과 선이 닿은 방산업체 실무자가 공모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돈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AI 측 관계자는 “국가 간 거래에서 항공기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을 쓴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