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최저임금…脫원전…‘국정 실험’ 얼마나 더 봐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여야 대표와의 회동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원전 폐기 정책의 방향을 수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올해 1년을 해보고 속도 조절을 할지, 이대로 갈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신고리 원전 5·6호기 전면중단 공약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공론조사라는 민주적 절차를 따르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공약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 자체는 다행이다.

문 대통령의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에 맞춘 듯 16.4% 올린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7530원)도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인상분 가운데 절반이 넘는 9%포인트를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식의 반(反)시장경제적 발상까지 보태졌다. 특정 성향의 환경운동가와 미생물학자 등이 중심이 돼 만들어졌다는 탈(脫)원전 정책은 국정의 종합적 측면을 저버린 대표적 졸속 사례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이사회에서 사패산·천성산 터널공사 분쟁 사례를 제시하며 “찬반이 명백한 이슈는 공론화를 통해 합의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냈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다.

국정은 실험(實驗) 대상이 아니다. 1년 해보고 결정하겠다는 발언은 ‘아마추어’ 느낌을 준다. 물론 국민의 뜻을 물어 문제가 있는 정책을 바로잡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사패산·천성산 사태에서 보듯 일부 세력의 오도(誤導)에 정부 무책임이 겹치면 엄청난 시간·비용 낭비가 초래된다. 모든 정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그 복잡성을 냉철히 보고, 백년대계 차원에서 결단하는 것이 지도자 본연의 자세다. 문 정부 국정과제를 보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다. 이제라도 지지층만 의식한 잘못된 공약은 깨끗이 개폐하는 게 정권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옳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