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회, ‘改憲 로드맵’부터 공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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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이제 30년 만의 개헌, 제10차 개헌(改憲)이 가시화하고 있다. 국회는 최근 제헌절 행사에 이어 국가원로 개헌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개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부도 나름의 개헌 준비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확실하고,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의 개헌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그럼에도 아직 불안 요소들이 없지 않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30년이 지나 시대에 맞지 않는 현행 헌법 조항들에 대한 개정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어떤 조항을 어떤 내용으로 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異見)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권력구조의 기본 틀에 해당하는 정부 형태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4년중임 대통령제와 다수 야당 및 시민단체들이 선호하는 이원정부제(분권형 정부 형태) 사이에 갈등이 적지 않고, 그 밖에 감사원의 국회 이관과 독립 기관화 사이의 견해 대립 등 의견이 충돌하는 사항이 적지 않다.

그러나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개헌의 절차 내지 방식에 대한 합의가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규정상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으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은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이런 절차를 형식적으로 따를 경우에 국민은 정치권에서 마련한 개헌안에 대해 찬반만을 표시할 뿐, 정작 국민이 원하는 내용이 헌법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가장 민주적 개헌으로 평가되는 1987년 헌법(현행 헌법)조차도 대통령직선제라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세부적 내용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합의만으로 결정됐고, 그로 인한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른바 ‘국민참여개헌’의 구체적 방식이나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 국회 개헌특위와 시민단체들을 통해서 국민 대토론회의 개최, 시민의회의 구성 등 다양한 방안이 제안되고 있으나 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방안의 실효성이나 정당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더욱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올 연말까지,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과연 남은 시간 동안 국민참여개헌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 반년 동안 국회 개헌특위가 개헌을 위해 준비 작업을 한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국민과의 공감 속에서 정리되고 결정된 것은 많지 않다. 진정한 국민참여개헌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국회의 개헌 진행 상황을 국민과 함께 나누고, 국민의 참여 속에서 중요 사항들을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점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첫째, 개헌 절차 진행의 로드맵에 대해 여야의 합의 및 대(對)국민 공개가 있어야 한다. 둘째, 쟁점 사안들에 대해 국민 의사를 수렴 또는 논의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셋째, 쟁점들에 대한 최종 결정 및 조문화의 방식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기초로 개헌 절차를 합리적·효율적으로 진행할 때에만 짧은 기간 내에 개헌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기초로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