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검증도 블라인드제 하자”

- 참여연대 토론회

“인사권자도 후보 모르게하고
검증 대상 시기도 제한 필요”

장관 인사검증에도 일종의 ‘블라인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에게 보고된 검증 자료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게 한 뒤 내용만 보고 먼저 인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라영재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참여연대 주최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새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하다’ 포럼에서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과 인사청문회의 쟁점과 개선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라 연구위원은 “대통령제하에서 충성심을 바탕으로 해 연고에 의한 추천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중 차단 방식의 인사검증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라 연구위원은 “1차 차단은 후보자 요건 외에 인사권자가 어떤 특정 후보를 원하는지 인사검증자가 알 수 없게 한 상태로 후보자 물색을 위한 인사검증을 지시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인사권자의 의중에 반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인한 인사검증 오류 가능성을 불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차단은 인사권자 스스로도 자신에게 보고된 어떤 검증결과 자료나 추천 자료가 누구의 것인지를 모르게 한 상태로 내용만 보고 먼저 인선 결정을 한 다음, 인선된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 연구위원은 “이를 통해 특정인에 대한 인사권자 개인의 선호로 인한 편향적 결정 가능성이 차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 입법조사관은 “여야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인사검증 기준이 없어 동일한 사안이 문제가 돼도 누구는 낙마하는 반면 누구는 통과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만큼, 여야 원내정당이 함께 고위공직 후보의 인사검증 기준을 마련하고, 인사검증 대상 시기를 최근 10년 등으로 제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좌세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미국은 공직후보자 지명에 앞서 가족 문제·이성 문제뿐 아니라 해당 직책에 임명될 경우 여론의 비판을 받거나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실 등으로 구성된 개인 자료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한다”며 “청와대도 이에 준하는 ‘후보 예정자 진술서’를 매뉴얼로 만들어 공개해 후보자 사전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