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내부 관계자 “여러 업체서 다양한 방식으로 돈 빼돌렸을 것”

한 협력사 비자금 10억 조성
檢, 차명계좌 등 자금 추적중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협력업체 간 이뤄졌던 비자금 조성 방식과 규모를 특정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항공기 부품을 KAI에 납품했던 용역업체의 대표가 다수의 차명계좌를 관리하며 1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압수수색했던 나머지 협력업체도 KAI의 비자금 통로 역할을 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KAI와 협력업체 사이에 오간 뒷돈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포착하면 조성된 비자금의 용처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KAI 수사가 권력유착형 게이트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24일 KAI와 협력업체의 법인계좌 및 주요 관계자의 계좌 추적 작업을 이어갔다. 검찰은 차명계좌 사실이 적발된 용역업체 말고도 일감 몰아주기 등 KAI로부터 특혜를 받은 협력업체 상당수가 비자금 조성에 나섰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KAI 내부 관계자는 “차명계좌를 만들어 돈을 빼돌리는 것은 KAI의 비자금 조성 수법 중 특정한 케이스가 아니다”라며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인 T사와 KAI의 수출 물량을 전반적으로 책임진 Y사의 자금 경로를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하성용 전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3년 5월부터 급성장했다. 검찰은 아울러 도주 중인 손모 전 인사운영팀 차장의 처남으로부터 “외주 용역업체 A사를 만들어 받은 100억 원대 용역비 가운데 수십억 원을 손 전 차장의 계좌로 임금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하 전 사장의 재임 기간에 한정해서 계좌 추적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KAI의 관행적인 비자금 조성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 추적 경과에 따라 KAI의 김홍경·정해주 전 사장 등 전 임직원도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