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총학생회, 군 가혹행위 자살 의혹 동문위해 진상규명 촉구

선임병들에게 당한 가혹행위를 수첩에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22사단 소속 일병의 동문이 육군의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익대 총학생회 및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혹 행위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육군 22사단 소속 고 고필주(21) 일병의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고 일병은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15학번으로 올해 초 입대해 지난 4월 22사단에 전입했다.

홍익대 총학 등은 이날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진상규명 ▲김정수 22사단장 등 군 지휘부 파면 ▲고인 유품 유족 반환 ▲고 일병의 순직처리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고 일병을 지도한 교수와 함께 공부한 동료 학생 등은 추모문을 낭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민호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앞으로 교수들이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고 누구나 수행해야 하니 안심하고 다녀오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는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학생 모두가 겪을 수 있는 문제이기에 참담한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고 일병의 국어국문학과 동기들은 “학교생활을 하던 우리에게 ‘힘들지 않냐’며 살폈던 만큼 좋은 친구였다”며 “우리는 혹여나 너의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는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일병의 사망을 폭로한 군인권센터는 군이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대신 여론 악화 대책만을 논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센터에 따르면, 육군은 고 일병의 가혹 행위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21일 오전 정연봉 육군 참모차장이 주관해 ‘현안업무 점검회의’를 열었고, 이 회의에서 ‘언론매체 및 SNS상 (고 일병 사망 관련) 사건이 확산될 소지는 없다고 판단’ ‘유가족 오후 부대방문 대비 언론동향 확인 실시’ 등 여론 확산과 언론 대응에 대해 논의했다.

센터 관계자는 “(군은) 사건 발생에 대한 반성이나 유가족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 대책 발표, 엄정수사 등에 관한 내용은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았다”며 “육군의 관심사는 오로지 여론 악화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고 일병은 선임병들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상급자에 이를 보고해 배려장병으로 지정됐지만, 19일 인솔 장교 없이 동료 병사의 아버지 차를 타고 치과 진료를 받으러 국군수도병원에 방문했다가 창밖으로 투신해 목숨을 잃었다.

전현진 기자 jjin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