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제재’나선 美, EU와 충돌

EU, 러 에너지 사업 피해 우려
“독자행동 나설 것” 엄중 경고
우크라사태 대응 때와 달리 균열

러 “보복조치 곧 결정” 맞서고
이란도 “노골적 적대조치” 반발

미국 하원의 북한·러시아·이란에 대한 제재안 통과 여파가 러시아와 이란은 물론 유럽까지 번지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이번 제재안에 강력 반발하는 입장을 발표했고 유럽도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 추진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이번 제재가 독일 등 EU 회원국의 에너지 회사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 이번 제재안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26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직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구체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 법안에 대한 입장은 면밀한 분석을 통해 취해질 것”이라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보복 조치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자국의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이유로 러시아 정보기관과 군부, 에너지·운수기업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

이란의 반발도 거세다. 이날 압바스 아라흐치 이란 외교차관은 반관영 이스나 통신을 통해 “미국 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이란에 대한 적대 조치임이 매우 분명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자, 이란 혁명수비대 등에 대한 제재와 무기 금수조치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제재로 뜻하지 않게 미국과 유럽 간 균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등 EU 회원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천연 가스 파이프라인 ‘노르드 슈트림 2’의 건설에 자금을 댔는데 미국의 대러 제재로 이들 회사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미 정부의 일방적인 제재 추진을 비판하며 “미국이 확고한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일 내 독자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아메리카 퍼스트가 ‘유럽 이익은 맨 마지막’을 뜻할 순 없다”면서 이번 제재안 추진이 유럽의 이익은 무시한 미국만을 위한 제재라고 언급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EU는 대러 제재에 있어 단일 전선을 유지해 왔다. 미국과 EU는 이미 대러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이번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제재안 하원 통과로 양 진영이 갈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