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은 조작사건… 신뢰 추락, 英 리보금리 2021년까지 폐지

은행 담합 쉬워 피해 발생
새로운 기준금리 도입기로

국제 금융시장의 대표적 기준금리인 영국의 리보(Liobr, 런던 은행 간 대출금리)가 2021년에 폐지될 전망이다. 연이은 조작 사건으로 신뢰를 잃은 리보 금리를 대체하기 위해 영국은 새로운 기준금리를 도입할 계획이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앤드루 베일리 영국 금융감독청(FCA) 청장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시장이 계속해서 리보 금리가 무기한 유효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는 2021년까지 새로운 기준금리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에 있는 은행들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메우는 등의 필요로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단기금리인 리보금리는 수백조 달러 규모의 전 세계 금융상품의 기준금리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일부 은행들이 리보금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리 기준물로서 신뢰를 잃게 됐다. 각국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고 2014년 영국 바클레이스를 시작으로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리보금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지금까지 리보금리를 조작한 혐의로 바클레이스와 스위스 UBS,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의 금융기관들이 지급한 벌금은 총 90억 달러(약 10조530억 원)에 달한다고 FT는 전했다.

리보는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처럼 특정 기관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은행들이 매일 서로 돈을 빌릴 때 예상하는 금리, 빌려줄 때 예상하는 금리를 통합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각 은행의 담당자들이 담합할 경우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는 맹점이 있다. 이에 베일리 FCA 청장은 영국은행(BoE)이 리보를 대체할 새로운 금리 기준물을 마련 중이라면서 서서히 리보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행은 리보금리를 대체하기 위해 파운드화 표시의 은행 간 익일물 금리(SONIA) 도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 각 중앙은행들도 리보금리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체 기준금리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표시 은행 간 거래 금리(EURIBOR, 유리보) 산출 방식을 개정하고 있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달러 리보금리를 대체할 독자 지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리보금리를 관할하고 있는 인터콘티넨털거래소(ICE) 측은 FT에 리보금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