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레서 “내 유산은 제자들…한국 인재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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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대관령 음악제’ 訪韓… 첼로 거장 로렌스 레서

고봉인·문태국 등 가르쳤지만
내 야망은 제자를 없애는 것
스승보다 뛰어난 연주하도록
레슨때마다 혹독하게 지도해

평창 대관령 음악제 첼로 연주
동계올림픽 序曲 같아 특별해
50년知己 정명화 협연도 감사

조영창, 고봉인, 문태국, 김민지 등 한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 중인 첼리스트들 뒤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미국 최고의 명문 뉴잉글랜드음악원(NEC) 학장이자 명예교수를 지내며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낸 그는 여든을 앞둔 지금도 세계를 누비며 연주하는 세계적 첼로 거장이기도 하다. 올해 처음으로 평창 대관령 음악제를 찾은 로렌스 레서(79·사진)를 지난달 28일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만났다.

레서는 1966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50년 넘게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왔으며 연주자가 되기 전 하버드대 수학과를 졸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이번 음악제에서 어엿한 첼리스트가 된 제자 고봉인과 조우했고, 제자 문태국은 다른 일정 중 그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평창까지 달려갔다.

―지난달 27일 알펜시아 콘서트홀 공연은 세계적인 세 첼리스트(레서와 정명화, 루이스 클라렛)가 연주한 포퍼의 레퀴엠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19세기 유명한 첼리스트였던 포퍼는 당시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해 이 곡을 썼는데, 후반부에 굉장히 감사함을 표현하는 듯한 부분이 있다. 이 연주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도 동일했다. 음악제에서 내가 참여한 첫 공연이었는데 존경하는 동료들, 특히 50년 지기인 정명화와 함께하게 돼 굉장한 감사함을 느꼈다. 이 음악제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서곡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첼로를 연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관객들에게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연주자로서 내가 가진 책임이라고 느낀다. 시간이 흘러서 보니 관객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건 아름다움이 될 수 있고 아니면 삶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진실일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도 기교보다 그런 연주자의 역할을 이해하도록 가르친다.”

―한국의 뛰어난 첼리스트들을 가르친 교육자이자 멘토로 알려져 있다.

“내가 학생들에게 첫 레슨을 할 때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내 야망은 너희를 없애는 것(My ambition is to get rid of you)’이라고 한다. 이는 결국 제자들이 독립해 나를 떠나게 하는 게 내 목표라는 의미다. 나의 유산은 내가 세상을 떠나도 내 학생들이 좋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아니겠나. 나는 그들이 훗날 나와 같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훌륭한 음악가가 돼 또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번 음악제에 참여한 첼리스트 고봉인도 당신의 제자다.

“그를 이곳에서 보게 돼 당연히 뿌듯했다. 7년여 전 마지막으로 봤는데 그간 그도 나도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봉인은 음악가와 과학도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나가는 중인데,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은 젊은 클래식 음악가들을 배출해내는 데 있어 이때까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재능은 국적과 관계없는 것이지만 이를 풍부하게 농작할 수 있는 환경이 한국에 잘 자리잡혀있는 것 같다.”

평창=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