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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3일(木)
고장난 文정부 외교안보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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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최근 만난 전직 고위 외교관 A 씨는 주미대사관 근무 때 경험을 들려줬다. “미 국무부에서 만나자고 해서 가면, 가장 많은 협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아나요?” “글쎄, 북핵 문제 아니었나요.” 그는 빙그레 웃었다. “이란 경제 제재 협조였어요. 우리가 이란 석유를 수입하고 있었으니 요구 사항이 많더군요. 북핵은 가끔 의견을 주고받았고요. 미국은 우선순위로 정한 현안에 대해 철저합니다. 연관된 국가들을 모두 불러 자신들이 정한 외교적 과제에 부합되게 조정합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미국이 2015년 이란과 핵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외교과제 상단에는 북핵이 올라와 있다. 더구나 미 국무부는 북한이 1차(7월 4일), 2차(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주미 한국대사관에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 사항을 전달했을 것이다. 주미 일본대사관도 바쁘게 돌아갔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미 관계의 행간에는 어딘지 불협화음이 읽힌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연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일 브리핑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일 언급한 ‘대화론’의 의미를 묻는 말에 “지금은 압력을 강화해 가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이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뒤집기는 어렵다. 따져보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현시점에서는 대화가 아닌 압박이라고 설명해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날 틸러슨 국무장관의 “북한과 언젠가 대화하고 싶다”는 언급 앞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는 전제가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ICBM 2차 발사 이후 전화 불통은 외교적 참사나 다를 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7월 3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52분 동안 통화하면서 북핵 문제를 논의한 것은 미·일 간에는 한·미 간보다 나눌 얘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 상식상 한국이 미국에 통화 요청을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미국이 통화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다. 한·미 정상의 통화야 나중에는 이뤄지겠지만, 그 불통의 기간은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북핵 해법을 둘러싼 이격의 거리를 말해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퇴임 직전 사석에서 “과거 한국에 진보정부, 미국에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견해차가 컸는데,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 큰 우려는 주미대사 임명 지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용한 안호영 주미대사는 일 처리가 신중하고 정확하기로 정평이 높지만, 후임자 임명이 미뤄지면서 어정쩡한 근무를 하고 있다. 주중대사에 내정된 노영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교·안보 전문가는 아니다. 주러대사와 주일대사가 누가 될지도 오리무중이다. 백악관 브리핑룸에서는 전 세계의 기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적 옵션 카드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반도가 6·25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대화파들로 포진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시계는 느릿느릿 돌아가고 있다.

jklee@
e-mail 이제교 기자 / 국제부 / 부장 이제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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