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00일>정상외교 채널 복구… 사드 임시배치 결정 ‘韓·中관계’ 교착

- 文정부의 외교안보 현안

美, 북한 핵탄두 개발성공 결론
주변 4강대사 인선 마무리해야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독일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정상외교를 벌였다. 오랜 정상외교의 빈틈을 메우려는 노력으로 취임 초 한·미 정상외교 채널을 복구하면서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가라앉힌 성과를 거뒀다. 반면 외교·안보 주요 정책을 놓고 보인 갈지(之)자 행보와 메시지 혼선 등은 한·미 간에 대북정책을 둘러싼 엇박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외교·안보 과제가 많지만 최근 거세게 치닫는 북·미 간 갈등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면서 해법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는 정부 출범 후 갈수록 꼬이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제기한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이 한·미 동맹 훼손 가능성을 불러왔다면, 북한의 위협 고조로 돌연 임시 배치를 지시한 것은 한·중 관계를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드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지만 취임 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두 번째 시험발사를 지켜본 뒤 입장을 전면 바꿨다. 사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 결정으로 미국의 의구심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 사드 철회 가능성에 무게를 싣던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는 해결책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정부 출범 51일 만에 성사된 첫 한·미 정상회담은 기대와 함께 우려를 모았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밝힌 정부의 ‘운전대론’과 독일 베를린에서 나온 ‘베를린 선언’을 통해 드러낸 대북 대화 의지는 정부가 10년 전 대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정부가 ‘베를린 선언’의 후속 조치로 제안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에 북한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서 남북문제의 주도권을 쥐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북 구상도 힘을 잃었다.

북한이 ICBM급 화성-14형의 시험발사를 두 차례나 감행하며 미사일 기술의 진전을 보인 점도 정부의 선택지를 좁힌 사건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무기 고도화를 통해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더욱 힘을 주면서 문재인 정부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화성-14형 1차 발사(7월 4일) 후인 지난달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해결할 힘이 없고,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며 고민의 깊이를 드러냈다.

미국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인정한 것도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 8일 워싱턴포스트(WP)가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ICBM급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보도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상태는 더욱 고조됐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북한은 내년에 핵탄두를 실은 ICBM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미·일과 중·러 간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4강과 머리를 맞대야 할 외교 현안이 쌓여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출범 100일을 앞둔 현재까지도 4강 대사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문제는 앞으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면서 문재인 정부 순항을 막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