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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14일(月)
취임 100일 맞는 文정부의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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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오는 17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100일을 맞이한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 민심’ 속에 출발한 문 정부는 여전히 70%를 웃도는 지지율이 말해 주듯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미워하면서도 닮아간다’는 말처럼 과거 정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임명 나흘 만에 사퇴한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태가 아주 대표적이다. 지난 5월 10일 문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사를 읽을 때만 해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수첩 인사’에 진저리가 난 국민은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고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굳은 약속에 많은 기대와 박수를 보낸 것이 사실이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각 인선에서 문 대통령 스스로가 약속했던 ‘5대 원칙’에 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22명의 장관 중 14명에게서 5대 원칙 중 하나 이상의 의혹이 제기됐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 낙마했지만, ‘5관왕’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결국 임명됐다. 아무리 ‘내로남불’이라고 하지만 이런 인사가 ‘공정방송’을 만들겠다고 하니 얼마나 도덕적 설득력이 있겠나.

지금까지 마무리된 인사를 보면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인사는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삼고초려한 흔적도 별로 없다. ‘참여정부 시즌 2’라고 할 정도로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없으면 명함을 내밀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노 정부 때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박기영 전 본부장이 황우석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검증에 앞서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다 나오는 사실이다.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면서 학술지에 공동저자로 올라간 사실이나 조작 사실을 알고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오판하게 했던 일은 심각한 결격사유다. 아무리 싱크탱크와 대선 캠프에서 일했다고 해도 이런 인사의 공(功)과 과(過)를 함께 봐달라는 문 대통령의 인사관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와 검증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것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비서실장, 민정·정무 수석 등 핵심 참모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前) 정권의 청와대와 닮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사람’이면 무슨 하자가 있어도 괜찮다는 우월주의와 오만이 심각한 단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사뿐만 아니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세제 개편,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개혁, 입시 개편 등 각종 정책에서도 자기들만 옳다고 생각하는 ‘집단사고(groupthink)’의 위험성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같은 경험과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끼리만 모여 있으면 결론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처럼 위기의 신호가 오더라도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으니 읽어 낼 수가 없다.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도발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폭탄’ 대결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안보 분야의 경우 집단사고의 우려는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에는 정세현·임동원·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이끄는 한반도평화포럼 출신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주석 국방부 차관 등 10여 명이 청와대와 정부에 진출해 있다. 한·미 동맹의 파트너인 미국이 괌 공격 엄포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 모두가 진정해야 한다”며 남의 일처럼 여기며 중재자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괌 공격은 우리에 대한 공격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여당 대표가 나서서 미국을 힐난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인식이니 강경화 외교장관이 이 와중에 휴가를 떠났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돌아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거의 모든 기관이 적폐 청산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과거 정권이 한 일은 모두 적폐로만 보이는 안경을 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에게도 적폐가 서서히 쌓여가고 있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음 정권에 의해 적폐로 내몰리기 전에 자신들의 적폐는 무엇인지 냉철하게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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