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百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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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생활 속에서 100일이 갖는 의미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아기가 태어나 100일이 되면 장수를 기원하고 액운을 막는 의미로 백설기와 수수팥떡을 만들어 ‘백일잔치’를 한다. 연인들도 만난 지 100일이 되면 서로 반지를 교환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수능 100일, 조폭과의 전쟁 100일, 다이어트 100일, 백일홍(百日紅)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 아기가 태어나 100일이 되면 신체적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면역력도 갖추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로 축하 잔치를 벌인다. 의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워낙 유아 사망이 많아 100일만 살아도 이렇게 잔치를 벌이는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인데 요즘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100일이 되면 뭔가 이뤄져 가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의미와 함께 어떤 일을 일단락지을 수 있는 시간도 된다.

정치에서도 100일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이 기간 의회와 언론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허니문’을 갖는다. 대통령은 이 기간에 내각과 참모진을 꾸리고 새 정부 정책을 펼쳐갈 준비 기간을 갖는 셈이다. 지지율도 가장 좋을 때다. 요즘은 이런 밀월이 점차 사라지면서 정치권도 각박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갤럽이 13대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취임 초 ‘100일 지지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83%로 가장 높았고, 반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1%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취임 초 군내 하나회를 숙청하고, 재산 공개를 단행한 YS는 초반 지지율이 하늘을 찔렀다. 반대로 이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인한 광화문 광장 촛불시위로 지지도가 급락했다. 반면 100일간 코스피 지수가 가장 크게 오른 기간은 MB정부 때였다. 이 전 대통령 취임일인 2008년 2월 25일부터 100일 후인 같은 해 6월 3일까지 코스피는 6.45% 상승했다. 이 전 대통령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7일 취임 100일이 되는 문재인 대통령은 초반 지지율이 70%대다. 문제는 퇴임할 때다. YS는 퇴임 때 6%, 박 전 대통령은 4%까지 추락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60%로 퇴임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때 지지율이 지금의 반만 유지해도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