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활용·불특정 타깃… 유럽 노리는 ‘로 테크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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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베를린·런던 등 잇단 발생
일반 대중 표적삼아 무작위 공격
‘목적없는 테러’ 공포감 확산 목적

17일과 18일 스페인에서 두 차례 발생한 차량 테러는 전형적인 소프트타깃(Soft target) 테러이자 로테크(Low-tech) 테러로 분석된다.

이날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렌터카 업체에서 밴 차량을 빌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람블라스 거리의 불특정 다수를 향해 돌진했다. 무방비 상태에 놓인 민간인들을 겨냥한 것으로, 전형적인 소프트타깃 테러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량으로, 별다른 기술 없이 대규모의 사상자를 낸 것은 단순 수법의 로테크 테러로 볼 수 있다.

이번 테러는 8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해 프랑스 니스에서의 트럭 테러와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의 트럭 테러, 올해 3월과 6월 영국 런던에서의 차량 테러 등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차량을 이용해 별다른 기술 없이 대규모 살상을 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양상이다.

이번 테러를 저지른 테러범들의 신상이나 의도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1·2차 공격에서 8명 이상이 가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일단 추정된다. IS는 자신들이 테러 배후임을 자처하며 테러 용의자들을 “IS의 군사들”이라고 표현했다. 용의자들은 자살폭탄 테러를 위해 폭발물 벨트까지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IS는 유럽 국가들에서 테러를 벌이며 서방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테러를 통해 특정 메시지를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 없는 테러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다.

IS는 9·11 테러 등에서 나타나듯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뚜렷한 목적을 갖고 테러를 벌였으나 최근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목적 없는 테러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심장부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벌어지는 테러는 그 공포의 확산 효과가 크다. 이번 테러 용의자들이 IS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일 가능성도 있지만 인접한 지역에서 두 차례에 걸쳐 테러가 일어났고 가담자도 많아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IS는 세계 각지에서 테러를 모의할 뿐만 아니라 현지 추종자들의 테러 행동을 독려한다. 지난해부터 IS는 추종자들에게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공격을 반복적으로 선동하고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