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사고, 깨진 ‘방폭등’ 발견… 폭발 불씨 됐나

‘작업안전 소홀’ 속속 드러나

해경, 사고원인 본격 조사
해당선박 1명이 안전관리

경남 창원시의 STX조선해양 폭발 사망사고와 관련, 사고 작업장에 설치된 ‘방폭등’ 한 개가 깨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해경은 깨진 방폭등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사고 당일 건조 중인 7만4000t급 선박을 1명이 안전관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21일 창원해경과 STX조선 등에 따르면 1차 사고현장 감식에서 탱크 내 도장 작업 등을 위해 설치한 수십 개의 방폭등 중 유독 한 개가 깨져 있었다. 방폭등은 가스 폭발의 위험성이 있는 곳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게 만든 조명등으로 깨져도 스파크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깨진 방폭등이 제 기능을 갖추지 못했거나, 기능이 저하돼 깨지면서 유증기 폭발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방폭등은 폭발에 깨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파손된 방폭등이 폭발에 의해 파손됐거나 불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경은 방폭등 외에도 유증기를 빼기 위한 배출 팬과 외기 유입 팬 등 다른 요인에 의해 폭발이 촉발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회사 측의 안전관리요원 배치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이다. 이날 STX조선에는 280명이 출근해 도장작업 등을 하고 있다. 특히 사고 선박에는 10월 인도를 앞두고 휴일도 없이 협력업체 직원 20여 명이 특근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일 12~13명 배치되는 STX조선의 안전관리요원은 휴일을 맞아 3명만 배치됐고, 사고 선박에는 1명이 전담 배치돼 오전 8시 35분 폭발 사고가 난 도장 작업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STX조선의 안전관리요원은 2015년 36명이었으나, 법정관리 등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현재 19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 회사에선 20일 건조 중이던 선박 탱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도장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4명이 숨졌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STX조선해양 사업장 전체에 전면작업 중지명령을 내리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작업중지 명령을 유지하기로 했다. 김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21일 “내년 3월까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중대산업재해의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법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