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洪·安대표, 野 역할 제대로 해야 국민 관심 회복된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의 홍준표·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가 대선 후 113일 만인 29일 각각 두 당의 대표가 돼 만났다. 아직은 대선 패배에 대해 참회해야 할 두 사람이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은 보기 민망하다. 패배를 ‘박근혜 전 대통령’ 탓으로 돌린다면 더 심각한 착각이다. 집권에 실패했다면 피눈물을 감추며 패인(敗因)을 분석하고, 그 위에서 다음엔 이길 방안을 찾는 게 정상이다. 후보들이 2선으로 물러나야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전략도 가능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국민에게서 진정성을 인정받을 만큼 반성한 적도 없다. 염치 없이 재등판한 두 사람의 리더십에도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실망스럽고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여러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이 선택했다면 그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안보·경제 위기의 심화를 우려하면서, 힘을 합쳐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사람은 대표직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참회와 야당 재건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두 당이 회생하려면 철저한 자기반성과 치열한 당내 혁신과 병행해서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공동 대응할 부분이 적지 않다. 문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대북 정책과 주변국 외교, 선심성 복지나 일방적 탈(脫)원전, 사법부 좌편향 조짐 등에 대한 국민의 걱정은 야당엔 기회다.

두 사람 회동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 협력 가능성도 거론됐다고 한다. 그럴 때가 아니다. 국민 신뢰가 없다면 그런 정치공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민은 ‘한 자릿수 지지율’이 보여주듯 두 대표에게 별다른 관심조차 없는 상황이다.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부터 정부 실책을 추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국민의 관심이나마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