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친환경제품도 HACCP도 ‘구멍’… 못믿을 ‘정부 식품안전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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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증·점검체계 불신 확산

농식품부 적발 친환경 부실인증
해마다 2000~3000건 달해

年60만건 수입식품 검사중
부적합률은 0.23%뿐 ‘의문’

‘살충제 계란’ 파동 신뢰 상실
소비자들 “뭘 믿어야 하나”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여·52) 씨는 요즘 반찬거리를 살 때마다 고민이다. 평소 정부 인증 마크를 기준 삼아 장을 봐 왔는데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친환경 제품,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등 정부 인증 농식품에 대해서 좀처럼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정부 인증마저 믿을 수 없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얘긴지 알 수 없다”며 “여태껏 괜히 비싼 돈을 주고 장을 봐왔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식품 안전의 기준으로 삼아온 정부 인증이 완벽하지 않다는 불신이 널리 퍼지면서 혼란을 겪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2016년 농식품 국가인증제도에 관한 소비자 인지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노력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 인증에 대한 신뢰도는 착실히 쌓였다. 지난 2013년 89.5% 수준이었던 친환경농산물 인지도는 지난해 97.1%까지 늘었고, 인증 식품에 대한 만족도 역시 같은 기간 60.9점에서 67.6점으로 꾸준히 높아져 왔다. 하지만, 정작 인증 자체의 관리에 부실이 존재했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같은 보고서에서 친환경농산물 부실인증 건수는 2013년 4193건에서 2014년 6411건으로 대폭 늘어난 바 있다. 이는 2015년 3126건, 지난해 2734건 등으로 다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수천 건에 달하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또, 조사 자체가 농식품부를 통해서 적발한 건수들을 취합했기 때문에 이번 살충제 계란 인증 문제와 같이 어느 식품에 얼마나 더 부실이 존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식품안전 관리가 무너지면서 식약처의 부실한 인증·점검 체계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수입식품 부적합 적발률이 0.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가 6월 배재대에서 연구용역 결과를 받은 ‘식의약 안전을 위한 규제 최적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식품 수입검사 건수는 59만8082건인데, 부적합건수는 0.23%(1397건)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공식품이 692건으로 가장 많고, 축산물이 197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간염 소시지 등 최근 유럽 등 수입식품에서 대형안전사고가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적발 건수는 체계적이지 못한 검사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부적합비율 자체가 낮아지는 추세다. 2011년에는 0.45%를 적발했고, 2012년 0.41%, 2013년 0.29%로 낮아지다 2015년 0.23%까지 떨어진 것이다.

국내 식품 검사는 2015년 기준 72만8547개의 검사건 중 5.42%(3만9494건)의 위반율을 기록했다. 축산물은 2만8584개 검사건 중 적발률이 6.10%(1745건)로 가장 많았다. 다만 식약처의 규제가 10개 법률 306개인데, 규제를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기존 규제의 체계적인 집행 및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부처별로 식품 안전 규제 분야가 나눠져 있어 사고가 터졌을 때 컨트롤타워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가공식품 및 농·축·수산물 등은 식약처가, 생산단계 안전관리는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학교 급식은 교육부가, 국민영양관리는 보건복지부가, 먹는 물은 환경부가, 유전자변형농산물 등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 있어서도 농식품부와 식약처 간 같은 농장의 계란에 대한 검사 결과가 달라지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업계는 식품 안전의 최종 방벽이 돼야 할 정부 인증이 흔들리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일반 소매점에서 계란 판매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인증이 무너지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만큼 이번 사태의 여파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사태를 계기로 친환경 인증을 비롯한 정부의 식품 인증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시장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식생활에도 지대한 악영향을 꾸준히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