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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2일(火)
김종서 “팬들이 추억 도둑맞은 기분 안들게 원곡의 Key 지키고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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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종서, 오늘부터 30주년 기념 ‘트레이스’공연

지난 8일 서울 대학로 SH아트홀. 프레스콜에 앞서 가수 김종서(52·사진)는 무대 위에 올라 직접 악기와 스피커 등을 체크하며 쉴새없이 움직였다. 공연 시작 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로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는 ‘겨울비’부터 ‘대답없는 너’ ‘아름다운 구속’ ‘플라스틱 신드롬’ 등 히트곡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김종서의 노래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낸 취재기자는 한껏 무대를 즐기며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고음 종결자’였던 그는 50세에 접어들었지만 원래의 키(key)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랜 팬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는데 가수가 제 목소리를 못 내면 추억을 도둑맞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저 역시 자기 노래를 소화하지 못하는 가수들을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저런 충격적인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가수는 원곡의 제 음을 내줘야 해요. 그게 ‘자존심’이죠.”

김종서의 음역대는 3옥타브 라 샤프(#)다. 웬만한 여성 가수들의 노래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누군가는 ‘타고났다’고 한다. 정작 김종서는 지금도 부단히 목을 위해 심신을 단련한다. 5년 전부터는 성악도 배우고 있다. 2012년 tvN ‘오페라스타’ 출연은 우연이 아니었다.

“독학으로 호흡과 발성을 익혔는데 10년 전쯤 목 상태가 안 좋아졌어요. 보다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특히 성악에서 제가 필요로 하는 길을 발견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공부하면서 매일 호흡과 발성을 반복해요. 일주일에 3∼4번은 자전거도 타면서 체력을 키우고요. 중간음이 받쳐줘야 고음을 편하게 낼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체력도 필수죠.”

김종서는 1987년 시나위 2집에 참여하며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부활의 초대 보컬도 맡았다. 그러다 1992년 발표한 솔로 1집에서 ‘대답없는 너’와 ‘지금은 알 수 없어’가 연이어 히트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하던 김종서는 2000년대 들어 활동이 뜸해졌다. 그는 ‘시대가 바뀐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이돌이 전성기를 맞고 록을 찾는 이들이 줄었다. 그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보다 침묵을 택했다.

“2000년 이후 긴 빙하기가 시작된 거죠. 30주년 콘서트를 열기까지 15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그 사이 소속사에서 예능 출연을 권했는데 제 옷이 아닌 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웃으며)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바꿔놓듯 지금은 어떤 예능에 출연해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많이 내려놓고 편해진 거죠. 동갑내기 친구인 부활의 김태원이 예능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제 기분도 좋아지더군요.”

김종서는 12일부터 10월 9일까지 ‘트레이스’라는 제목의 공연을 연다. 발자취를 뜻하는 공연명에서 알 수 있듯 가수 김종서의 지난 30년을 정리하는 콘서트다. 그래서 구성도 드라마 형식을 빌렸다. 그가 시나위 오디션에 참가해 정식 데뷔하고, 솔로 데뷔 후 찬란한 시절을 보내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가 15년 만에 돌아온 대학로가 반가웠듯,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반가운 과거와 마주하게 만들고 싶다는 속내다.

“예전에는 ‘충돌’이라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오래 공연했어요. 이후 15년 동안 발길을 끊었는데 ‘내가 다시 여기 왔구나’ 싶네요. 이번 공연은 제 가수 인생을 정리하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는데, 열정만큼은 지금이 더 강한 것 같아요. 무대가 얼마나 소중하고 무서운 곳인지도 알게 됐죠. 저를 보러 와야겠다고 마음 먹은 분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커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곡으로 데뷔 앨범인 시나위 2집에 수록된 ‘새가 되어가리’와 김종서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대답없는 너’를 꼽는 김종서. 하지만 그는 추억을 곱씹고 사는 뮤지션이 아니다. 지난해 부활의 30주년 콘서트에서도 신곡을 선보였고, 끊임없이 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자신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그 결과물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제가 한국 음악사에 뭔가 남기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하지만 제 음악을 좋아하던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음악하는 이들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시대가 되길 바랄 뿐이죠. 그동안 많은 것을 준비해왔어요. (서)태지, (신)해철이와도 함께 이런 저런 음악적 교감을 나눴는데 해철이 그렇게 가버린 후 ‘아무 의미가 없다’ 싶어서 다 엎었죠.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고 생각해요. 때가 되면 더 좋은 음악으로 대중 곁으로 갈 수 있을 거예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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