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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광스님의 치유하는 마음여행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3일(水)
떨리면 그냥 떨어라, 자신에게 ‘괜찮아 힘들지’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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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과 ‘평화’가 공존하는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의 ‘용양보 탐방로’의 징검다리. 전쟁의 상흔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다. 불안은 그것과 싸우기보다 명상으로 지켜보는 게 벗어나는 방법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

(14) 불안과 명상

불안은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하고 생존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돼서 정도가 심해지면 일상의 만족감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심각하게 훼손됩니다. 이번 회에는 마음챙김과 자기연민수행을 기반으로 불안 증상에 관한 이해와 치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불안한 경험을 문제라고 판단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장애를 만든다 = 여러 임상 연구들은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불안 증상이 일어날 때 증상 자체를 걱정하고 위험한 것으로 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한 친구가 자기는 과거에 밤마다 잠이 안 와서 처음에는 잠을 자려고 애를 쓰다가 나중에는 아예 포기하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미리 해놓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 당시에 자기가 불면증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잠을 자려고 무리하게 애를 쓰거나, 의사를 만나고, 약을 먹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또 다른 지인은 밤잠을 자주 설쳐서 그 다음 날 몸이 많이 피곤해지고 심리적으로도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밤이 되면 자연히 잠을 자려고 알게 모르게 애를 많이 쓰다 보니 불면을 탓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다음 날 해야 할 일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밤새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안해져서 가끔 수면제를 복용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위의 두 예를 보면 불면 증상은 동일한데 그 증상을 대하는 태도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면 증상은 각기 다양한 이유로 누구에게나 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불면과 싸우면 불면증을 만들고, 불안과 싸우면 공황장애가 생겨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불면과 씨름하는 대신 그 시간에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으로 투쟁하거나 힘겨움을 호소하고 달아나려는 마음에 휩쓸리는 대신에 그 순간의 감정을 온전하게 수용하고 직면하게 되면 불편함은 곧 사라지고 변화와 성장을 위한 일종의 관문이 될 수 있습니다.

◇불안하면 그냥 불안해하라 = 한번은 명상심리상담 수업에 한 학생이 발표하러 앞에 나왔는데 몹시 떨리고 긴장됐던 모양입니다.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너무 긴장해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그냥 떠세요! 떨리고 긴장될 때, 떨지 않으려고 하면 더 떨리니까”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좀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서, 학생들 모두에게 발바닥 명상법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청중 앞에 서면 긴장해서 실수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그와 같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아지려고 애쓰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애쓰는 일이 심해지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무의식적으로 “나는 불안한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불안 경험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게 돼서 자기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비판적인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 결과 새로운 상황이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습관적으로 불안을 회피하고 안전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대인관계 경험의 폭이 줄어들고 삶의 만족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불안한 경험을 마음챙김과 자기연민으로 맞이하라 = 한 지인이 최근 유난히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려서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았는데 빨리 고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말을 하기에 많이 당황하고 놀랐습니다. 평소에도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나 잠자기 직전에 가슴이 심하게 뛰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수시로 가슴이 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한 달 동안 마음챙김과 자기연민 수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잠들기 전과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리고 가슴이 심하게 뛰는 순간에는 무조건 다음과 같이 마음챙김과 자기연민 명상을 하고 그 결과를 저에게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①가슴에 두 손을 얹고 손바닥과 가슴이 맞닿는 부분으로 주의를 가져갑니다 ②손바닥의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그 따뜻함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상상하고 느껴봅니다 ③그리고 벌렁거리는 가슴 부위를 부드럽게 문질러주면서 “놀랐구나! 괜찮아! 힘들지!” 등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잠시 가슴이 전하는 감각과 느낌에 머무릅니다 ④어느 정도 두근거림이 고요해지면 “내 마음이 편안하기를” 또는 “사랑해” 같은 가슴이 필요로 하는 말들을 들려줍니다.

이렇게 열심히 수행한 결과 두근거리는 증상이 한결 나아지더니, 하루는 가슴에서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투정의 소리가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는 이후에도 꾸준하게 마음챙김과 자기연민 명상을 했고 한 달 뒤에 다시 만났을 때는 가슴의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불안 증상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무엇보다도 자비로워야 합니다. 불안은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는 걱정스러운 생각이나 감정, 기억 등에 의해서 일어나고 또 그것이 심장의 두근거림, 가슴의 압박, 무릎의 떨림, 땀 등 다양한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생존과 적응과정에서 생겨난 위험신호로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제 외부 상황이 위협적이지도 않은데 불안 증상이 일어난다면 그것을 피하거나 무조건 억제하려 하지 말고 불안한 마음이나 생각, 감정, 기억 또는 신체적 반응을 알아차린 직후 친절하게 위로하고 안심시키면서 달래주어야 합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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