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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13일(水)
러 극동 개발, 아직은 신기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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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러시아 극동은 바이칼호 동쪽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으로, 러시아 영토의 36%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곳 인구는 러시아 전체의 4.2% 정도인 618만 명에 불과하다. 단순히 인구가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소련이 붕괴된 1991년 이후 인구가 한 해도 쉬지 않고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인구 감소의 주원인은 이곳 러시아인들이 유럽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산업 기반이 없는 데 따른 현상이다. 이 지역이 러시아 영토로 계속 남아 있을지가 의심될 정도다. 중국인 불법 거주 현상과 맞물리면서 우려가 크다.

러시아가 태평양 연안인 오호츠크에 도달한 것은 1647년이었다. 그리고 베링해를 건너 알래스카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1867년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미국에 팔았다. 많은 사람이 ‘역사적 대실수’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팔지 않았더라면 돈도 못 받고 잃었을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알래스카 이주 러시아인 수가 너무 적고 러시아 중심부와의 교통·통신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03년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완전 개통되면서 러시아의 극동 지배가 본격화된다. 그리고 1960년대 콤소몰(공산청년동맹)을 중심으로 시베리아 개척 운동이 일어나, 러시아 젊은이들이 극동으로 향했다.

그런데 소련의 붕괴와 함께 정부의 특별 지원이 끊어지고, 미개척지에 ‘공산주의 이상향’을 건설하려던 열정도 소멸했다. 이곳 산업의 중심이었던 군수 공장은 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정부 보조금이 없어지자 생필품값이 급등했다. 소비재 산업을 일으키려 했으나, 자본·기술이 부족했으며, 인프라의 부재로 물류비용이 너무 많았다. 결국 짐을 싸서 우랄산맥 서쪽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1990년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시베리아와 극동이 러시아 공산당의 표밭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는 표면적으론 매우 안정적이다. 지지율이 70%에 달한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탓에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보여도 푸틴에 대한 지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1990년대 옐친 시절 극단적 무질서를 경험한 러시아 국민이 ‘안정’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푸틴의 대안도 안 보인다. 공산당이 제1야당이며,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지지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산층에 한정돼 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푸틴이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對)유럽 가스·석유 수출 의존형 경제의 한계는 분명했다. 이에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고자, 2009년 러시아판 실리콘밸리를 모스크바 근교인 스콜코보에 조성하려 했다. 그러나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러시아 부패 관료의 표적일 뿐이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시선이 시베리아와 극동으로 옮겨졌다. 에너지 수출을 다변화하고, 몰락하고 있는 극동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에 2012년 내각에 ‘극동개발부’를 만들고, 2015년부터 매년 동방경제포럼을 개최했다. 미국 등 서방에 맞서기 위한 중국과의 관계 강화도 중요했다.

중국과의 협력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중국도 남중국해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시베리아 에너지 접근에 적극적이다. 동부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공급하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건설사업도 순조롭다. 2019년 12월부터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문제는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미 러시아 극동에서의 중국인 불법 이주 문제는 심각하다. 구체적 통계 자료는 없는데, 현지 러시아인들은 통상 200만 명이라 말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북방 4개 도서’를 미끼로 일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2개 섬은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불구, 동방경제포럼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치솟는 러시아의 민족주의 열기로 인해, 푸틴 정부도 선뜻 북방도서 문제를 일본에 양보할 수 없었다. 결국 일본의 투자는 푸틴 정부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북방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 송영길 의원)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7일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러시아 극동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서두를 필요는 없다. 노태우 대통령 이래 모든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 진출을 꾀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러시아판 실리콘밸리 스콜코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 개발 계획은 말일 뿐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정학적 힘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 가스관에 의존했던 우크라이나와 독일이 주는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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