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vs 수불 스님’ 2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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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등록… 내달 12일 선거
선거인단 총 321명으로 구성

종단의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법회와 스님들의 단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이 다음 달 12일 치러지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의 입후보자 등록을 18일 시작했다.

이날 오전 자승 현 총무원장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설정 스님(수덕사 방장·왼쪽 사진)과 간화선 전파에 힘써온 수불 스님(안국선원장·오른쪽)이 대리인을 통해 입후보 등록을 마쳤다. 대리인들이 접수시간 전에 도착함에 따라, 추첨에 의해 기호 1번 설정스님, 기호 2번 수불스님이 각각 등록했다. 조계종 전 총무부장과 봉은사 주지 등을 지낸 원학 스님(인각사 주지)도 후보등록 마감일인 20일 등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의 분규 속에 치러지는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의 양자 대결 양상이 전망된다.

수불 스님은 이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불교는 지난 10년 사이 불자 300만 명이 감소하고, 종단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여러 불미스러운 추문과 무분별한 편 가르기로 인해 화합 승가를 이루지 못해 국민에게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며 “위기에 빠진 종단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수많은 억압과 불이익을 감내하며 총무원장 선거에 입후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설정 스님은 교계 기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불교를 중흥시키고 종단 발전을 도모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소임을 외면하지 않고 성실히 그 길에 나서겠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설정 스님은 “내 삶의 마지막 불사라는 마음으로 사부대중과 더불어 연구하고 소통하면서 종단발전을 위해 미력하지만,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농대 졸업의 학력위조 의혹을 받은 설정 스님은 “1976년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한 사실이 있다”며 “그동안 많은 분께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해 오해가 발생하게 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교계에서는 선거인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에 영향력이 있는 자승 총무원장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설정 스님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수불 스님은 이날 “종단 집행부는 총무원장 선거에 개입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종헌 종법에서 규정한 교역직 종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심대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간접 선거로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의 선거인단은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 등 총 321명으로 구성된다. 촛불법회와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을 위한 연석회의’는 총무원장 선거의 선거인단 구성에 실제적인 역량이 없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스님들의 80.5%가 직선제를 찬성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