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4.21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05일(木)
불편한 기억과 어떻게 타협하는가…이시구로의 문학세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즈오 이시구로(63)는 잊혀지고 왜곡된 기억을 복원해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가다. 실제 벌어진 사건들을 등장시키지도 하지만, 역사에 직접적 개입을 자제한 채 철저히 인간성 자체에 초점을 두는 작품을 주로 썼다.

영어로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이름과 외모 탓에 일본 작가로 종종 오해받는 이시구로는 민족과 언어를 넘어서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작가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1954년 11월8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이시구로는 영국 국립해양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한 아버지를 따라 1960년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대에서 철학을, 이스트앵글리아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이시구로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기도 했고 사회복지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이시구로는 1982년 발표한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이 주목받으면서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일본 출신 중년 여인 에츠코의 시선을 통해 전후 일본의 황폐한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언급하긴 하지만 전쟁이나 폭격을 묘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를 회상하고 싶지 않다며 딸에게 일본 이름을 붙이기 반대했던 에츠코의 기억을 파고든다.

이시구로는 이 소설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수상했다. 이후 1980년대에 발표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남아 있는 나날’ 등 3편으로 동시대 영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1986년작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제국주의에 가담해 선동적 작품을 그렸던 늙은 화가 마스지 오노의 회고담이다. 딸의 결혼을 앞두고 과거의 인물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범’이었던 옛 행적이 하나둘 드러난다. ‘남아 있는 나날’에선 영국의 한 대저택 집사로 평생을 보낸 스티븐스가 주인의 호의로 6일간의 생애 첫 여행을 떠나면서 과거가 복원된다. 그의 인생과 기억에도 두 차례 세계대전 사이 1930년대 유럽의 역사가 얽혀 있다.

영화화 되기도 한 ‘남아 있는 나날’로 1989년 부커상을 수상한 이시구로는 배경과 인물이 서로 다른 세 작품을 두고 “같은 책을 세 번 썼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서 배경과 사건은 본질이 아니다. “직업적인 면에서 소모적인 삶”을 사는 인간을 통해 “한 개인이 불편한 기억과 어떻게 타협하는지” 그린다고 설명한다.

1995년작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에서 이즈구로는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과거와 현재·미래가 없는 초현실적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유명 피아니스트가 성공을 위해 버려야 했던 가치들을 되살리려 하지만 실패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했다. 현대인의 쓸쓸한 자화상이기도 한 이 소설은 ‘카프카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첼튼햄상을 받았다.

이시구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때때로 인간은 틀릴 수도 있는 신념을 전력으로 붙잡고 자기 삶의 근거로 삼는다. 내 초기 작품들은 이런 인물들을 다룬다. 그 신념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환멸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건 그저 그 탐색이 어렵다는 걸 발견한 것뿐이고, 탐색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
▶ 올해 노벨문학상, 일본계 英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 “오스틴·카프카 섞은듯한” 英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노벨문학상
▶ [속보]노벨문학상에 일본계 英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 다시 ‘본류 문학’으로 돌아온 노벨문학상 역대 수상자
▶ 노벨문학상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 많이 본 기사 ]
▶ 개그맨 전유성이 이끈 청도 ‘철가방극장’ 폐쇄 위기
▶ 사분오열 된 보수右派, 원로 2000명 총연합체 결성
▶ ‘한예슬 의료사고’ 차병원 “회복 지원…보상 논의 중”
▶ 北 “오늘부터 핵실험·ICBM 발사중지… 핵실험장 폐기”
▶ “드루킹, ‘보좌관과 500만원 거래’ 언급하며 김경수 협박”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잇단 폐지에 단원 줄고 재정난 겪어개그맨 전유성씨가 산파 역할을 한 경북 청도 코미디 철가방극장이 문을 닫을..
mark사분오열 된 보수右派, 원로 2000명 총연합체 결성
mark배우 한예슬 “지방종 제거 수술받다 의료사고”
北 “오늘부터 핵실험·ICBM 발사중지… 핵실험장 폐..
靑, 北신뢰조처 평가…정상회담 ‘비핵화 의지확인’..
“드루킹, ‘보좌관과 500만원 거래’ 언급하며 김경수..
line
special news ‘EDM 슈퍼스타’ DJ아비치 28세로 요절
스웨덴 출신…클럽음악으로 세계적 인기몰이 스웨덴 출신 유명 DJ 아비치(본명 팀 버글링)가 20일(현지..

line
드루킹 댓글·국정원 댓글 ‘판박이’?··· 유사점·차이점..
경찰 이어 관세청 압수수색에 한진家 ‘초긴장’
갈 길 먼 한국GM 임단협 교섭 또 중단…합의 난항
photo_news
‘한예슬 의료사고’ 차병원 “회복 지원…보상 논..
photo_news
6타 줄인 유소연 “퍼트 잘 됐다…기술보다 느낌..
line
[북리뷰]
illust
철학, 아이돌에 ‘입덕’하다
전례 없던 일이긴 하다. 다들..
[인터넷 유머]
mark초보 공무원 mark남편이 좋아했던 여자
topnew_title
number 연천 DMZ 이틀째 산불…진화헬기 일몰로 철..
조윤지, 넥센-세인트나인 이틀째 선두…장하..
부산서 목욕탕 화재 15명 대피…인명피해 없..
“성폭행 당했다” 허위신고로 돈 뜯은 부부공..
‘드루킹’ 출판사 침입해 양주 등 훔친 40대 검..
hot_photo
배우 손은서♥이주승 “최근 사귀..
hot_photo
‘스트롱맨’ 스크린 점령
hot_photo
내 친구처럼 편안한 속옷 모델…..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