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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1일(水)
父女작가, 代이어 ‘求道의 길’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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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상·구자명 산문집 동시출간 화제

‘부전여전(父傳女傳)’.

한국 문학의 대표적 부녀 문인인 구상-구자명 작가의 작품이 동시에 출간돼 문단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4년 타계한 구상 시인의 산문선집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와 딸 구자명 시인 겸 소설가의 에세이 ‘망각과 기억 사이에서’다. 둘 다 출판사 나무와숲이 펴냈다.

구상 시인은 ‘구도(求道)의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자기 고백과 성찰로 철학적 주제를 형상화했다. 정계 입문 등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오로지 시인의 길을 걸었던 그는 올곧은 삶과 구도자적 자세, 그리고 따뜻한 성품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정신적 스승이자 아버지로 존경받았다.

이번 산문선집은 구 시인의 수많은 글 중 인생과 철학, 종교관, 세계관, 문학관을 총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텍스트다. 종군작가단 부단장, 언론사 편집국장 및 논설위원, 하와이대 극동어문학부 교수 등 파란만장한 생애가 펼쳐지고 삶과 문학, 종교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들이 담겨 있다.

특히 이중섭, 마해송, 김광균, 이무영 등 국내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문인들과의 인연이 자세히 소개된다. 구 시인은 이중섭 화백의 그림을 판매한 돈 1억 원 전액을 수도원에 기부했다. 또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에 2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는데 책 제목은 거기서 따온 것이다.

▲  구상(왼쪽) 시인이 1973년 미국 하와이에 서 딸 구자명 작가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 작가가 고1 때다.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동서 고전에 선을 긋지 않았고 학문적 영역에서도 경계를 넘나들었으며 벗을 사귐에도 직업이나 빈부귀천은 물론이고 신앙이나 이념의 구분을 따지지 않았던 시인”이라며 “입심 좋은 초로의 노인이 아무런 부담감 없이 펼쳐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가깝다”고 평했다.

구자명 작가는 시·소설·수필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실험을 해왔다. 이번엔 망각과 기억 사이를 오가며 생존을 추구하는 인간의 삶에 주목했다. 책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신문·잡지에 발표한 글을 모은 것이다.

책에는 아버지 못지않은 구도적 자세가 배어 있다. 김대근 시인의 ‘그 집 모자의 기도’란 시에 대해 쓴 ‘그 어머니의 은방울꽃 사랑’이 대표적이다.

“무서운 태풍이 불어닥친 어느 늦여름 밤 허술한 집에 물이 마루 위까지 들어차는 위험한 사태에 처했을 때 아들은 믿지도 않던 하느님께 기도를 한다. 감사하다고. 제발 어머니가 도움을 청하러 간 사람들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결국 그를 업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줄 이웃을 어머니가 데리고 오자 아들은 하느님을 원망한다. 자기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시인은 진실을 알고 있었기에 시의 마지막을 이렇게 갈무리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아들은 몰랐네/ 그가 기도를 했던 시간에/ 그의 어매도 기도를 했다는 것을.” 늙은 어머니와 뇌성마비 장애를 지닌 아들의 사랑이 가슴 벅차게 묘사돼 있다.

또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에서는 “정작 세상을 망가뜨리는 큰 문제들에 맞서 제대로 분노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사소한 분노로 인한 소모를 피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자문한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쓴 ‘아픈 봄날, 릴케의 속삭임’에서는 “망각이란 게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음의 멍에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새삼 알게 됐다”고 토로한다.

아버지에 대한 글도 7편 실려 있다. 부친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딸이 바라본 구상 시인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신달자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구자명 작가의 글에는 강력한 시선이 있다. 그 시선은 눈이 되었다 귀가 되었다 입이 되었다가 가슴이 되기도 한다”며 “누군가가 말해야 하고 지적해야 하는 분명한 소리를 그는 글로 풀어낸다”고 평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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