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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2일(木)
原電 ‘세계 최고’ 公認과 글로벌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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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

한글을 만든 성군(聖君) 세종대왕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힌다. 당시 조선의 과학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장영실 등 내로라하는 과학기술자가 즐비했고 이들을 보물처럼 여기고 닦았던 대왕이 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종이 부재(不在)한 지금 현 정권의 임기가 다하기도 전에 ‘21세기 장영실’들은 모두 바다 건너로 빠져나갈지 모른다. 우리의 탈(脫)원전이 본격화할 경우 유사시 핵무기 개발도, 잠수함 건조도 어려워질 것이다. 원자력은 발전용과 군사용이 동전의 앞뒤와 같아 탈원전으로 고급인력을 잃어가며 5년쯤 지나면 현 수준으로 돌이키기 힘들다.

대한민국 원자력이 내홍(內訌)에 휘말리자 미소 짓는 나라들이 생겼다. 중국은 대놓고, 러시아는 옆에서, 일본은 뒤에서 웃는다. 미국과 프랑스도 팔짱 끼고 웃는다. 북한 또한 한시름 놓는다. 30년 넘게 끙끙거리며 핵무기를 만들 때 가장 부럽고 두려운 게 한국의 원자력 기술과 인력이었는데, 이제는 햇빛과 바람 앞에 꺼져가는 등불로 전락하게 됐다.

원전에 대해 엄격한 안전 기준을 요구하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은 여태까지 미국, 프랑스 등의 전유물이었다. 한국이 이번에 세계 5번째로 인증을 받음으로써 세계 굴지의 원전 강국임을 다시 알렸다. 한국 원전의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만큼 이제는 정부도 원전 수출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너지기 직전의 국내 원자력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번에 EUR 인증을 받은 신형 경수로는 신고리 3·4호기를 유럽 기준에 맞춘 원전으로, 만에 하나 핵연료가 녹았을 때 원자로 안에서 식힐 건지, 밖에서 식힐 건지만 다를 뿐 핵심은 같다. 유럽 인증을 받은 5개국 중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엄격한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신형 경수로는 미국에서도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현재 6단계 중 3단계를 마치고, 2200개 항목 중 2100개의 심사를 받았다. 일본과 프랑스가 1단계에서 걸리는 사이 한국은 앞질러 3단계를 지났다. 세계 양대 원전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 원전은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처지다.

더 늦기 전에 신고리 5·6호기를 미국과 유럽의 눈으로 다시 봐야 할 시점이다. 원자력은 자원 하나 변변치 못한 우리나라가 선택한 묘수였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날아가 담판 끝에 신형 경수로 4기 수출계약을 따냈다. 조금만 손보면 잠수함에도 달 수 있는 중소형로도 만들어 기술 전수계약을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었다. 바로 그 사우디가 이번 달에 140만㎾급 원전 2기를 발주할 예정이다. 신고리 5·6호기와 똑같은 용량이다. 우연이었을까? 사업 규모는 20조 원이 넘고, 이번에 낙찰되면 2032년까지 줄줄이 원전 17기 공사를 따는 데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최소한 산업부 장관이 나서야 할 자리에 서기관이 나갔다. 중국이 지난 8월 상무담당 부총리를 보내 왕세자와 회담을 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런 자리엔 대통령이 직접 통상단을 끌고 가면 우리에게도 문이 열릴 수 있다. 그러면 국내 이력이 성능을, 미국과 유럽이 안전을 보장하는 한국 원전을 사우디가 마다할 리가 없다. 수십조 원에 일자리 수십만 개, 건설에 10년, 운영에 60년, 폐로에 30년, 총 100년…. ‘사막 모래폭풍’의 나라가 햇빛과 바람과 함께 원전을 하려는데, 한국은 그 반대로 접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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