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추리문학관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김성종 소설가.
올 3월부터 영화제 집행위 이사
부산서 25년째 추리문학관 운영
“25년 전만 해도 여기 별 건물도 없고 적막했는데 이젠 택시 타고 달맞이고개 추리문학관 가자고 하면 다 알 만큼 유명해졌어요. 저로선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 앞으로 소망이 있다면 죽기 전까지 한국전쟁에 관한 장편 연작 쓰는 겁니다. 내년부턴 써보려고 해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에서 지난 13일 밤 김성종(76) 작가를 만났다. 김 작가는 해운대에서도 가장 바다 전망이 좋은 달맞이고개(해운대구 중2동) 정상에 추리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의 신임 이사로 선출돼 문학과 영화계를 아우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 작가는 한국 추리 문학의 거목이다. 196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경찰관’이 당선돼 등단한 이후 약 50년 동안 50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애거사 크리스티, 아서 코넌 도일 등 번역 소설에 의존했던 국내 문학계에 한국적 추리소설을 개척한 선구자로 통한다. 대표작으로는 ‘최후의 증인’ ‘여명의 눈동자’ ‘제5열’ ‘계엄령의 밤’ 등이 있다. 특히 ‘여명의 눈동자’는 1991년 MBC 드라마로 제작·방영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김 작가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렸다.
추리문학관은 국내에 문학관이라는 개념조차 찾아보기 힘든 시절, 김 작가가 사비로 세운 국내 최초의 문학 공간이다. 추리 문학의 보급과 발전, 후학 양성을 목적으로 1992년 설립됐다. 총 5층 중 1∼3층은 카페와 열람실 등으로 쓰이고 있고, 4층은 김 작가의 개인 서재, 5층은 주거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주말에는 하루 평균 약 200명이 문학관을 방문할 정도로 달맞이고개의 명물이 됐다.
김 작가는 “1992년 추리문학관을 이곳에 세운 지 25년, 부산으로 이주한 지는 어느새 37년이나 됐다. 전남 구례가 고향이고 서울 목동에서 살았지만 이젠 부산 사람이 다 됐다”면서 “추리문학관이 문학이 좋아서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독서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추리문학을 좋아하는 독자,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문학, 그중에서도 추리 문학의 저변은 매우 취약한 편이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 열악하다. 김 작가는 “내가 한창 글을 쓸 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다. 후배 작가들의 왕성한 활동이 아쉽다”며 “문학적 깊이와 긴장감, 재미를 겸비한 추리소설은 장점이 많은 소설 장르다. 이 점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작가는 요즘도 창작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차기작으로 6·25 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 연작을 준비 중이다. 힘이 닿는 날까지 계속해서 쓸 작정이다. 김 작가는 “6·25 관련 이야기는 작가로서 살면서 평생 꿈꿔온 작업”이라며 “지금까지 관련 국내외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내년부터는 집필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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