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회 ‘한·미 FTA 특위’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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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국제통상학

한·미 양국의 통상 당국은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제2차 한·미 FTA 특별위원회를 개최했고, 예상대로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사실상 합의했다. 국내 절차가 마무리되면 양국은 공식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다.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한·미 FTA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미 FTA 폐기론을 다시 거론할 수 있고, ‘미치광이 전략’에 따라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을 트위터에 남기고 우리 통상 당국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우리 통상 당국의 폐기론 언급은 신중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협상 전략 차원에서 하는 발언일 가능성이 크지만, 과연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사안이다. 개정 협상에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들은 통상 당국의 FTA 폐기론을 들고 나올 것이다. 미국과의 협상뿐만 아니라 국내 협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많은 미국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국제 통상 전문 로펌이나 로비스트들은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 워싱턴 로비스트들은 FTA 폐기론으로 겁을 줘야 큰 건의 컨설팅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1일 미국 의회 하원에서 통상을 담당하는 무역조세위원회 무역소위원회는 아태지역 대상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한·미 FTA 이행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FTA 폐기를 희망하는 증인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시각인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의회주의가 확립된 미국에서 의회 의원들이 지역구나 업계의 입장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

이제 한·미 FTA 개정 협상은 기정사실화했다. 철저한 대응에 주력해야 한다. 미국 통상 협상 당국 역시 FTA 폐기가 목적이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을 충족시키면서 한국과의 개정 협상을 원만하게 타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무리한 요구를 주고받기보다는, 외형상 협정을 개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파급 영향은 최소화되도록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국회는 한시적으로 한·미 FTA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개정 협상에 대한 국가적 여론을 수렴하며, 미 의회와의 협의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론을 무력화시킨 것은 의회 중진과 장군 출신 백악관 안보 라인이었다. 미 의회는 한·미 경제동맹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으며, 미 행정부가 파국적인 협상을 하는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통상관계 악화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2007년 한·미 FTA 협상 타결 과정에서 국회의 역할이 컸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여해 국익에 부합하는 협상을 주문했고, 국민의 대표로서 대국민 설득에도 기여했다. 지난주 국감에서 산업위나 농수산위에서 한·미 FTA에 대해 공방이 있었다. 다수 의원이 한·미 FTA를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개정 협상 합의에 대해서는 여야 입장 차이를 보였다. 통상과 안보는 정쟁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오히려 통상절차법에 따른 철저한 협상 전략 준비와 국내 의견 수렴을 주문해야 하고, 한·미 FTA 특별위원회가 주축이 돼 협상 당국을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다. 더구나 작금의 개정 협상은 기존 협정을 수정하게 되므로 국내 이해 조정이 2007년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으므로 국회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