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絶緣’ 넘어 保守 정당이 해야 할 일

자유한국당과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정치적 절연(絶緣) 수순이 매듭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당은 20일 오후 윤리위원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중진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자진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13일 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자진 탈당을 거부하면 당규에 따라 열흘 뒤에는 자동 제명되는 식으로 출당(黜黨) 절차가 완료된다. 두 현역 의원은 소속 의원 총회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만큼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한국당의 출당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불가피한 일이다. 문재인 정권에 맞서 보수(保守) 정당 재통합의 필요성이 엄연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1차적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만들거나 소속된 정당에서 쫓겨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만 예외일 정도로 여야를 떠나 비극적인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는 책임정치와 정당 안정 등 원론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결정은 보수 정당이 새 출발하기 위한 첫 단추로서, 향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당성이 판가름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제대로 될지도 두고 봐야겠지만, 물리적 통합으로 보수 세력이 저절로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실패’ 부채까지 끌어안고, 정치적 폐허 위에서 국민 신뢰를 재결집할 역량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시대에 맞게 이념과 정책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인물을 적극 영입하면서, 희망을 주는 세력으로의 환골탈태가 절박하다.